할머니 방을 꾸미는 마지막 정점같은 관문이 남아 있다.
휴일이었던 어제 아침부터 불려 놓았던 콩을 도깨비 방망이로 물없이 갈았더니
국물도 없는 것이 경은재에서 얻어 온 진흙과 함께 빡빡하게 만들어 자루에 넣어 콩물을 들이는데
여태까지 했었던 일 중에서 가장 힘이 든 것 같다.
네번 정도 방바닥에 콩물 주머니를 치대는데 무늬 내기가 쉽지가 않다.
내 힘이로는 감당이 안되어 하다가 남편에게 넘겨주곤 하였었다.
땀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남편은 진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란다.
경은재 사장님께 전화를 해보니 한번에 물을 많이 들이려고 하지 말고
여러번 물을 들여야한다고 하신다.
서서히 색이 드는 것이므로 장기전임을 기억 해야 한다고 충고 해주신다.
한번 콩물을 먹인 후에 색의 변화가 없어도 실망하지 말라신다.
성격급한 우리는 네번이나 물들였는데도 색깔이 이상하다며
경험이 없어 콩물 들이는 것은 실패 한 것 같다며 지쳐버렸다.
지금쯤 선생님의 격려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제대로 색이 나오지 않아도 사용하다보면 갈수록 서서히 짙은 갈색으로 변하게됨을 알게 될것이라
위로 해주시는데 마음은 얼마나 다급해지는지 모른다.
남편은 니스를 사다가 확 칠해버리자며 서둘렀었는데 반성하게 되었다.
은근과 끈기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발휘되어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조바심치고 있었으니...
남편은 수업준비를 해야한다며 저녁내내 수학을 풀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쉬운 일은 수학이라고 시위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연습 없는 한번뿐인 인생인지라 처음하는 일들은 정말 막막하여 적응하기가 힘이 드는 것 같다.
자식을 키우는 일도 역시 어렵고 힘이 든다.
부모됨도 처음일이라 아이들이 커져가는 순간순간 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어 때로 놀라고 당황하며 지치게 한다.
열심히 책을 읽어보고 반성하고 또 하나님께 맡기며 기도하게 된다.
사람의 자람과 변화도 서서히 일어나듯
공들이고 나면 방바닥도 어느순간 아름답게 변해 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아뿔사 자녀 키우기에 방바닥 물들이기를 비유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