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이 부럽다.

걸상 2008. 4. 29. 21:51

내가 너무 힘들어 이젠 직장을 그만 두려고 한다.

5월31일자로 사표 낸다고   말하니

남편도 수긍하면서 마지막 한마디를 날렸다.

<당신이 부럽다>

종일 남편의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

 

올 봄은 유난히 학교 생활이 힘들었었다.

정규직 영양사들이 영양교사화 되면서 모든 규정들이 더 까다로와  진 것 같기도 하다.

대충 시작했던 학교 급식이 안정화되기를 갈망하지만 

진정 단체급식이 위생적으로 안전한 급식이 되려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한다

돈만 있으면 완벽한 HACCP이 가능 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돈이 없으니 완벽한 시설은 소원하게 되고

일인당 국민소득이 오르니 피급식자들의 욕구는 높아만 가는데 충족되게 하기 힘이 드니  

일하는 사람들만 달달 볶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갈수록 힘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 졌다.

 

열정을 쏟아 부어도 늘 급식 사고나 안전사고가 날까봐 불안해 지는 마음을 붙잡을 수 가 없다.

열악하지만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 지면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소름이 돋는 느낌을 해마다 갖게 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좀 놓여 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탄력성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당장 그만두면 여러면에서 아쉬운점이 많겠지만,

880명의 건강을 책임졌던 그 단단한 마음이 이젠 다 녹아져 버렸다.

나의 에너지와 열정을 새로운 곳에

좀 더 견고한 곳에 사용하고 싶어진다.

지난 두 달은 주일학교일과 직장과 가정의 모든일을 병행하는 것이 참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성격상  즐기면서 일하는 스타일이었었다.

그런데 이젠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치 나를 옥죄어오는 감옥 같은 느낌이 더 많다.

 

남편이 그렇게 결심한 내가 부럽다고 말하니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모든 직장인의 로망은 쉬는 것이리라.

이 부분을 가지고 더 진지하게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스쳐지나 갈 수 있는 슬럼프일지도 모른다.

빨리 결론에 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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