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귀향

걸상 2009. 12. 17. 01:16

큰 아이가 일년동안의 학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난히 날씨가 추워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러 갔었다.

남편은 차에 남아기다리기로 했었는데 아이가 빨리 보고 싶었었는지

주차를 해놓고 올라와 나와 같이 기다렸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과제와 시험이 너무 많아 힘든 이학기였단다.

작년까지는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학교에 가면 공부가 힘들어도 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끝나면 집에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이 있었고 빨래도, 잠을 자는 것도,이동하는 교통편도

매니저인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쉬웠었는데  자기 자신의 의식주및 공부, 교우관계,시간관리등

삶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을 스스로 가꾸고 책임져야하는 사실이 너무 힘이 들었단다.

<인생이란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혼자 만의 것이야!>

남편과 나의 입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동시에 저절로 튀어 나온 말이다.

 

동해휴게소에가서 호떡을 사먹었다.

너무 배가 고프단다.

내 글을 읽으면서 꼭 사서 먹고 싶었단다.

팬의 불을 껐다시면서 10분을 기다릴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너무 추워 차안에서 기다렸는데 그분의 일하시는 모습을 또 감상하였다.

그 분은 역시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호떡을 주지 않으셨다.

오늘은 그 분의 얼굴을 자세히 기억해 두고 이름까지 알아냈다.

내가 이렇게 광팬일줄은 아마도 당신은 모르리라!

6000원어치를 사서 우리셋이 하나씩 나누어 먹었고, 하나는 작은 아이와 함께 먹을 생각이고,

하나는  총무님께 드렸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닭죽이란다.

친구가 닭죽이 먹고 싶다며 완제품을 사와 먹었는데 먹다보니 너무 맛이 없다 먹을 수가 없어 버렸단다.

떼를 쓰듯이 당장 해달란다.

마지막 시험을 끝나고 짐을 택배로 보내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출발하였었단다.

수요예배시간이 걸려 예배후 회의가 있어 늦게라도 갈 생각이었는데 총무님이 전화를 주셨다.

꽃게장을 주시겠단다.

얼마전 부터 꽃게장이 완성되면 나누어 주시겠다고 하였었다.

전화내용을 들은 딸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했다.

우리동네에 도착하여 총무님 집으로 갔더니 얼마나 많이 주시는지...

집에 와서 찬밥과 김치와 꽃게장을 잘라주었더니 달걀후라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식가위로 게를 자르니 꼭 삶은 달걀의 노른자 맛이 났다.

달걀 후라이는 하지 않고 주었는데 세식구가 그것에 푹 빠져버렸다.

일반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게장무침과 달라 낯설어 하였지만

오랫동안 발효되어 숙성된 깊은 맛이 밥 한그릇을 뚝딱 순식간에 다먹게 만들었다.

잊지 않고 챙겨주신 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너무 고마웠다.

밥을 먹고 나더니 <우리집에는 늘 따듯한 물이 있다며 어디있어?> 하더니  

큰아이가 당당하게 일인 양만 남은 유자차를 타 먹는다.

작은 아이는 그냥 참아준다.

 

나는 예배시간이 끝날 무렵이어서 마음이 급해 밥도 못먹고 교회에 갔다.

오늘은 A국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이 오셨다.

다행히 9시 30분이 다 될때까지 말씀을 전해 주셨다.

열정적인 말씀이 참 도전이 되었다.

내가 가장 추구해야 할 것이 하나님나라임을 다시 상기 시켜주셨다.

우리의 잘 됨을 위한 간구나 자녀의 앞길을 위한 기도가 나의 행복이나 안녕이 목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무엇을 먹어도 늘 허전한 느낌이 들었으리라!

집에오니 안식하는 느낌이어서 좋단다.

다이어트도 도와주어야 할텐데 어깨가 무거워진다.

 

작은 아이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주었다.

자기가 일년동안 공부해보니 동생이 교대에 딱 어울린단다.

피곤 할텐데도 시험공부하는 작은 아이의  공부방에 같이 가서 앉아 있어 주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작은 아이도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할 수있어야 할텐데 아직도 철이 덜 들은 것 같아 늘 걱정이다. 

 

늘 아이가 빨리 오기만을 조바심치며 기다렸었다.

오늘 규방공예마지막 수업시간에 갔었지만 오후타임에는 같이 있을 수 없어 미안했다.

아이가 짐을 택배로 보냈었는데 착불로 부쳤다고 하였다.

그 짐들이 언제 올지 몰라서이기도 했다.

 

아이가 올 시간이 되니 더 보고 싶어졌었다.

늘 이렇게 부모는 외사랑만 하게 되나 보다!

두달동안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또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감사하다.

 

 꼭 닭죽을 끓여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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