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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아직도 커피나무가 새잎을 드러내며 너무 반짝 거리며 잘 크고 있다. 남편이 집안에 가장 일찍 들여놓은 화분들인데 집안의 온도가 딱 적당했던 것 같다. 나무마다 모래알 보다도 더 작게 시작하여 새순을 내었는데 금방 넓적한 이파리가 되어 있어 바라볼수록 매력적이다.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 곁에서 잘 자라 주니 친근감이 넘친다. 세어보니 거의 스물다섯 그루 정도나 되었다. 약 스무 그루 정도를 나누어 주었는데 생각 보다 커피콩에서 싹이 많이 났던 것 같다. 한 뼘도 안 되는 나무도 있는 것을 보면 다른 것들과 비교하여 늦게 트인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잎이 커지면서 가장자리 부분이 올록볼록 리듬감이 생기는 물결처럼 모양이 변하는 것도 정말 독특하다.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식물멍을 하곤 한다. 커피나무를 보고..

카테고리 없음 2024.10.21

소년이 온다

큰 아이가 강의 시간에 아시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되어서 한강의 책을 소개하였단다.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자기 인생 가운데 새롭게 변화되는 전환점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단다. 그 책을 처음 읽고 엉엉 울며 밤을 꼬박 지새웠단다. 네다섯 번 정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웠단다. 그런데 수업이 목요일이었는데 그다음 날 노벨 문학상 수상소식이 들려와 너무 기뻤단다. 남편이 곁에서 “문송인 줄 알았는데 문만이네요” 한다. “무슨 뜻이야?” 하고 물으니 “문과라 죄송한 줄 알았는데 문과 만세네”한다. 아이가 영어로 번역된 것도 읽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자라 영어가 모국어인 자녀들도 그 아픔과 슬픔이 오롯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번역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하여 빨리 읽..

카테고리 없음 2024.10.15

모란

궁중민화의 일부분을 잘라 그리기 쉽게 만든 것인데 나와 같은 찐 초보를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민화 그리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단순하게 점을 찍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색을 칠하다 보면 얼룩이 져 있어서 난감하다. 힘 빼고 자연스럽게 쓱 칠하면 된다고 하는데 힘이 빠지지 않는다. 바탕은 커피를 섞어 아교칠을 해 주었는데 은은한 색감이 좋았다. 처음에는 그림을 통에서 꺼낼 때마다 커피 향이 나서 너무 좋았었다. 그런데 물이 튀면 얼룩이 남는 것이 흠이었다. 민화의 장점은 초보인 내게 밑그림이 있다는 사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방의 연속뒤에 진정한 실력과 창조가 나올 것이다. 나뭇잎의 바림을 할 때면 색이 하나씩 더 첨가될 때마다 색감이 살아나는 것이 신기했다. 민..

카테고리 없음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