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후다닥 다섯 가지를 만들었다. 남편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기 좋으려면 미리 만들어 두어야 했다. 무와 배추, 깻잎, 오이를 사 왔다. 부추는 아침에 남편이 밭에서 잘라왔다. 정성을 다해 김치를 만들어서 뿌듯해하고 있는데 생강을 빠뜨리고 넣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얼른 생강을 씻어 얇게 편으로 썰어 만들어 놓은 김치 사이사이에 넣었다. 생강이 주는 상큼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생강은 가루나 즙을 넣는 것보다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생강자체가 함께 들어가면 그 존재 자체로 오랫동안 생강맛을 내어 준다.
며느리가 한국사람이 왜 매끼마다 짜고 맵고 신 김치를 먹는지 몰랐단다. 그런데 우리 집에 와서 김치를 먹어보니 짜지도 않고 맛있어서 자신도 김치를 매끼마다 먹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김치를 만들어 보내 주려고 할 때면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쪽파김치가 좋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배추김치도 좋아졌다고 한다. 갈수록 우리 음식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고 맛있어하니 감사하다.
묵은 김치를 다 먹어 새로운 햇김칫거리들이 나오니 더 열심히 만들게 된다. 지난번에는 남편이 월동추 김치가 먹고 싶다면서 두 단을 사 왔어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외지에서 살았던 분들이 월동추김치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하여 조금씩 나누어 먹었었다. 엄마가 내 나이쯤이셨을 때 고들빼기 김치를 열정을 다해 만드셨던 아련한 기억 때문에 나도 겁 없이 고들빼기를 사 오곤 한다. 올해도 씀바귀나 고들빼기 김치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