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봄빛이 더 선명하게 살아 나면서 봄에 달뜬 사람을 차분하게 해준다.
가로수(계수나무)의 잎파리들이 비와 소근대며 연두빛으로 떨고있다.
도시가 놀다가 깨끗하게 씻고 내 곁에 앉기 위해 돌아온 아이얼굴 같다.
맑은 느낌이다.
운전하는데 골목골목 다른 가로수들이 같은 나무인데도 다 다르다.
나무들은 한자리에 그대로 있는것 같은데도 사람처럼 다양하게 각기 다른 제 얼굴이 있다.
새싹이 돋아나면서 점점 덩어리감이 살아나고 있어
아름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은 급식이 없는 날이다.
도 소년 체전이어서 재량 휴업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분주하게 급식소 대청소를 하였다.
구석구석 그 동안 손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청소하였다.
비가 내리는 것 처럼 마음도 시원하다.
점심 시간에 고3 큰아이반 어머니회 모임을 가졌었다.
엄마들이 선생님의 카리스마에 얼마나 안심되어 하는지...
한달에 한번쯤 간식을 만들어 넣자는 의견이 있어서
다음주 토요일에 함께 모여 김밥을 만들어 점심을 넣어 주기로 하였다.
사서 넣는것 보다 싸고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것도 추억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성을 모아 최선을 다해 보자고 하니 모두들 흔쾌히 동의하였다.
'한번만 모이면 되지' 생각하고 모였었는데 모일때마다 일이 커지는 느낌이다.
함께 만나 보니 모두가 사무적이지 않고 정감이 있어 좋았다.
모든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각박함에 휩쓸려 그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었는데
반성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엄마들의 정성이 좋은 열매로 맺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에는 지금도 3학년 담임이신 선생님 한분은 당신반 아이들을 위하여 직접
잡채를 만들고 김밥을 만들어 아이들을 섬겨주었다고 하니 역시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고3 교실에서의 유무상통하는 너그러움이 또 간절함이 엄마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엄마의 마음 중심은 온통 아이들에게 빼앗겨 있음을 아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째튼 자녀가 있기에 잘되기를 바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아이들의 문제를 의논하며 정보도 교환하며 모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