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이스틱 김치

걸상 2019. 5. 20. 18:17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식자재 마트에 갔는데 오이지용 총각 오이가 오십개에 구천 구백원이었다. 나도 모르게 구입을 하게 되었다. 집에 가져와 오이지를 만들 생각이라고 하니 우리 아빠가 좋아하시던 오이김치를 만들어 달란다. 처갓집과 가까이 오랫동안 같이 살았어서 친정의 김치에 맛을 들인 남편이 새삼 감사하기도 하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반갑기도 했다. 한편 미안한 마음이 많아졌다. 육십대의 엄마는 아빠가 좋아 하시는 음식들을 열정을 다해 만들어 주곤 하셨는데 나는 카페를 한다고 계절 음식을 때론 그냥 저냥 놓치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엄마는 고들빼기 김치며 부추김치며 정말 열심히 만들어 주시곤 했었다. 전날 밤 빵을 만들면서 두가지의 커피를 볶고 꽃꽂이를 한꺼번에 한 것처럼 또 미역국을 끓이면서 고기 양념을 재우고 풀죽을 쑤어 오이김치도 같이 만들었다. 양념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로 와르륵 만들었다. 금요일날 사온 오이여서 빨리 만들어야만 했었다. 춘천에 다녀 오니 벌써 알맞게 익어 있어 감사했다. 오늘 새로 권사님이 되신 분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하니 당신은 맨김구이와 보리톳 무침과 오이 김치면 족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약을 타오면서 호박과 보리톳을 사왔었는데 집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미안했다. 퇴근하여 카페에 들렀었는데 소변검사를 하러 간다고 하여 아무것도 주지 못했었는데 오자마자 오렌지 주스를 만들고 오후에 만든 빵과 함께 주었더니 너무 행복해했다. 이젠 수업 재료만 살 것이 아니라 남편이 좋아하는 추억의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주어야겠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약이 다 떨어져 오늘 혈압약은 먹지 못했고 당뇨 약도 없어서 저녁때에 먹는 것만 있어서 비교적 약한 성분의 것을 먹었는데 혈압도 정상이었고 당뇨도 정말 좋아졌단다. 스스로의 생각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단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 것 같단다. 실제 데이터이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오랫동안 약을 먹으며 관리해 왔기에 하루나 이틀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한교회를 다닌다는 것은 매주마다 보아야 하기에 때로 서로 실수 하여 상처를 줄때도 있지만 평생 친구하기로 결정 한 것이다. 오늘 저녁은 이제 열흘도 안된 권사님들과의 만남이었다. 비록 교회는 떠나 왔지만 한 지역에 살고 있으니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마음 깉은 곳에서 생각 중에 기도하며 지속적으로 삶과 오랜 추억들을 나누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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