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름다움

걸상 2022. 11. 5. 01:19

온종일 사람들을 만난 날은 잠들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만남이 주는 흥분이 쉽게 잘 정리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사람이 주는 여운은 늘 생각이 깊어지게 한다.

이번 주일은 추수 감사절이다. 돌이켜 보니 올 한해는 내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감사한 일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찬양곡을 고르는데 마냥 기뻐만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 참사도 너무 가슴이 아픈 일이었고 가족들의 아픈 소식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걸린 형부께서 폐렴기가 있고 장도 꼬여 119에 실려 갔었기에 그저께는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요즈음 거의 매일 40분 정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무릉계곡을 가기로 했다. 넓은 바위가 있는 곳인 초입에 들어서니 추석때 엄마 아빠와 가족들이 함께 왔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부모님께서 물거품처럼 돌아가셨구나!'를 나도 모르게 중얼 거리며 되뇌이고 있었다. 분명 천국에 계심을 믿지만 이생에서의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내 기억속에서만 존재하시는 부모님이 그리웠다.

그런데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한 두 그루의 단풍이 아닌 산 전체가 얼마나 조화롭고 멋진지 선물이 따로 없었다. 모든 복잡하고 부정적인 미묘한 감정들이 깨끗하게 정리 되어지고 소멸되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말 한마디도 없는데 말이다. 형편이나 상황따위는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아름다움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다. 개혁자들이 지적했었던 "중세시대에 사람들이 성당에 들어가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며 저절로 울게 되는 그런 유치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단풍은 마음을 겸허하게 어루만져 주었고 기쁘게 만들었다. 무릉계곡에 가까이 살았었지만 올해 만큼 아름다운 단풍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비하면 두배쯤 걸었는데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천천히 내려 오는 길은 차분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 보며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게 만들었다. 존재자체로 압도 되어지는 주님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영원한 산같은 주님"이라는 표현을 야곱이 썼었는데 그 의미가 가슴에 깊이 와 닿는 시간이었다.

큐티를 하면서 단순하게 감사 할 수 있는 마음으로 회복이 되어갔다. 아이들과 통화하면서 자신들이 가능해 보이지 않았었던 그런 길을 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설명 할 수 없는 오묘함을 고백했었다. 사막에 길을 내어 그 길을 걸어 가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의 길도 그렇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심을 믿기에 늘 기대하게 된다. 내게 가장 좋으신 분은 주 하나님이심을 다시 깨달았던 한주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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