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핸드폰

걸상 2017. 4. 11. 17:08

주일 새벽 꽃꽂이를 정리 하다가 핸드폰을 카페 바닥에 떨어뜨렸다.

전화가 안되니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다.

조장로님께서 예배시간에 맞추지 못 할 것 같아 전화를 하셨었는데 통화가 안되어 힘드셨단다.

 

액정이 나가 가게문을 닫고 강릉 AS센터에 갔더니 폰을 바꾸어 준단다.

폰이 휘어서 액정수리만으로 완전하게 고쳐지지 않는단다. 

마침 파손 보험도 들어 두었었던 터라 잘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폰의 아이디와 비빌번호를 적어 놓은 수첩도 못찾아 졸지에 성지순례에 가서 찍었었던 사진들도 다 날아가게 되었다.

방법을 찾아 사진을 살려 낼 생각에 폰을 안꾸고 가져왔다.

당분간 연락처도 모르고 전화를 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폰이 없으니 얼마나 불편한지 엄마 잃은 아이같다.

안경이 없어진 것 만큼이나 정신이 없다. 

외우는 번호는 남편과 아이들 번호뿐이다.

부모님의  63주년  결혼 기념일 축하 전화도 못해 드렸다.

도무지 일도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무슨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면 수돗물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  삐진 줄 알았다며 카페로 오신 분이 있었다.

우리 큰 아이는 늘 엄마가 변덕스럽지 않아 고맙다고 말하곤 한다며 잘 삐지지 않는 성격이라며 해명해 주어야만 했다.

 

오해를 살 것 같아 걱정이다.

내일에는 꼭 가서 바꾸어 와야 할 것 같다.

계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총무가 찾아와 전화를 안받아 왔다며 난리다.

 

단절된 것 같은 고독감에 정신조차 혼미해진 느낌이다. 

핸드폰 없이 살았었던 때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는지 나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다.

집전화도  없었던 시대를 살았었던 세대임에도 이럴 수 밖에 없으니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싶어진다.

내가 주님보다 더 의지하며 살아오게 만든 요물이 핸드폰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 자판도 핸드폰의 것과 거의 다르지 않는데도 "ㅖ"를 칠때마다 핸드폰의 자판 기억으로 치고 있어 오타가 계속된다.

다시 핸드폰을 고쳐 오게 되면 더 똑똑하게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을 것 만 같다.

큰 아이가 핸드폰을 꺼 두라고 충고를 해 주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끄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액정을 만져 주면서 꺼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일부러 받지 않는 느낌이 들더란다.

소통부재와 오해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한 주가 어떻게 지나 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다행이 니퍼를 받았는데 보험이 들어 있어서 수리비의 상당부분을 돌려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

7월이면 만 이년이 되는 시점이였단다.

폰을 잘 다루어 오래 오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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