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를 보내놓고 큰 아이의 한약을 챙겨 먹게하였다.
집안을 대충 정리정돈을 하고 출발을 준비하여 나오기 바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웠다.
아침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짧은 순간이 참 소중하다.
작은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간 일,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
늘 위로와 힘이 되곤한다.
큰 아이가 읽고 감상문을 써야 할 과제의 책을 내가 같이 읽은 것을 알았는지
숙제를 다 해놓고 나보고 읽어 달라고 했었다.
어쩜 내 생각과 똑같은지...얼마나 탄탄하게 잘 썼는지 감동스러웠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 책을 읽고 자신들도 동화되었다고 말했었단다.
자기는 반대 의견을 썼다고 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단다.
그 책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였다.
무더워서인지 차에 올라탔는데 에어컨을 틀어 놓으셨다.
에어컨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웅크리고 앉아서 왔다.
이젠 잠을 잘때나 추울때 덮을 수 있는 덮개를 챙겨서 다녀야 할 것 같다.
마침 차에 틀어 놓은 TV에서 <아내가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영화를 축약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대충 보았는데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매일 같이 바뀌는 내용이었는데
주인공이 나중에는 너무 소름끼쳐 했었다.
나중에 내가 읽은 책과 비교하면서 제대로 보면 좋을 것 같았다.
횡계쯤 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강릉에 도착하니 정말 추웠다.
기온차이가 이렇게 심할 수 있나 싶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의 빛깔도 많이 변해 있어서 참 좋았다.
오월의 신록이 주는 신비함이... 충만했다.
집에 오니 목단 꽃잎이 슬프게도 뚝뚝 떨어져 있었다.
오자 마자 컴퓨터를 열어 레씨피를 만들고 또 큰아이가 권해 주어 사놓은 성가대를 위한 악보를 복사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를 쓴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다.
빨리 내려 먹어야겠다.
비에 떨어진 꽃잎이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과 대조되는 색이어서 그런지 역시 아름답다.
시험이어서 남편이 온다고 하여 한잔만 내렸지만 두잔으로 나누어 흐리게 만들어 마셨다.
날씨도 흐릿하며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센치멘탈해지는 가보다.
남편이 이문세의 노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틀어 주었다.
남편은 비가 좀 많이 내렸으면 좋겠단다.
서정적인 가사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어린 가수이 들이 옛날곡을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보석같은 곡들을 아이들도 알게 되어 좋은 것 같다.
장재인이 부른 노래는 너무 뚝뚝 잘라서 불러 버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덜 잘라 불렀더라면 좋았을 것을...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훨씬 집중력있고 설득력있게 들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곡해석을 목소리나 기교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왜 자름으로 했는지...
나는 이문세의 노래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 아름답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