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고봉암

걸상 2007. 8. 20. 10:09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복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 11일

오후 두시쯤

고봉암에 올라갔다

너무 덥기도 하고 오랫동안 등산을 못해서 인지 힘들었다.

신흥사에서 청련암을 지나 아름드리 적송들이 우거져 해를 많이 가려주는데도

더워 지친다.

 

<<바다보다 산이 역시 좋지!>>

옆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렇다.

더 풍요롭다.

 

풀이 우거져 길을 찾기도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었지만

내려 갈 때가 되니 뿌듯하다.

 

내려 올때 마다 거쳐 지나게 되는 화전민 집에 들러보니

여름 능금이 작지만 붉은 빛이 스치는것이

상큼하게 신맛이 싱그럽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면서 제각각의 시기에 자기 자신의 모양대로 익어가는 과일의 모습이 아름답다.

막내딸이 방학이어서 밀집모자와 허름한 옷을 입고

외발 밀차를 끌며 쓰레기를 치운다고

엄마를 도와 함께 일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이순간이 바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나올법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가을에도  할머니께소금물에 울궈낸 감을 얻어 먹었었다.

감 껍질이 얇으며 정말 달콤했었다.

만일 내가 암과 같은 큰 병이 걸리면 치료하기 보단

이곳에 숨어 살고 싶다고 동행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이곳을 걸을때마다 많은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삶을 생각하게 되고

맘이 너그러워지는 그런 순간들이다.

지난 겨울엔 노루도 보았었다.

생각보단 산이 깊은가보다.

 

옛날 화전민들이  학교에 가느라 혹은 일때문에 장에 가느라고 바쁘게 걸어 갔었을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들게도 한다.

대부분의 산길은 바위가 많아 무릎이 아픈데

고봉암길은 흙길이 대부분이어서 참 편안하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약수터로 가는 길도 역시 멋있다. 

 

참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장소이다.

슴겨두었다가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곳이다.

계절마다 내어 놓는 색깔이 다르고 느낌이 달라 늘 새롭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충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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