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작렬한 명절을 보냈을까?> 궁금했었단다.
전화를 하였더니...
박선생님이 사용한 <작렬>이라는 단어에 내마음이 꽂힌다.
네이버에서 뜻을 찾아보니
작렬:명사]
1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짐.
2 박수 소리나 운동 경기에서의 공격 따위가 포탄이 터지듯 극렬하게 터져 나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말 명절은 우리모두에게 그런 단어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짐짓 숨겨져 표현 못했었던 감정덩어리들이 분출되어 터져 버려 남보다 더 못하게 갈등하고
어색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때도 있었다.
아니면 화해의 순간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가족들간에는 섭섭해도 조금은 참아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추석을 지내놓고 나면 왜 그렇게도 할 말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멀리 흩어져 사는 온 가족들을 한 곳으로 다 모으는 명절의 힘은 위대한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통해 즐거워하는지...
하지만 또 얼마나 참아내야 하는지...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하지는 못했지만 함께했었기에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게도 되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나에게도 뭉뚱그려 가족됨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명절 후 몇몇 모임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모들이 가족들이 준비한 사랑을 받아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임을 느꼈다.
한분은 동서가 당신이 준비한 음식들을 늘 적게 먹기에 그냥 적게먹는 사람인 줄만 알았단다.
그런데 이번에 자기가 한 음식을 너무 많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단다.
자신도 동서가 만든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는 고백을 들었다.
우리동서는 정말 맛있다며 맛있게 먹어주니 음식을 만들면서도 맛있어 하던 것들을 기억하고
열심히 만들게 된다.
베풀어준 정을 받아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깨달았다.
늘 억화심정으로 툴툴거리면서 일을 하게 된다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즐거운 마음이어야지'하는 마음으로 나자신을 가다듬곤 한다.
일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데도 누가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하였느냐에
무게를두며 우의를 점하려고만 한다.
그 만큼 음식을 만드는일이 청소하는 일이 지루하고 힘들기 때문이리라!
'내가 이 집안의 큰며느리로서 중심 인물인데 내가 기분 나빠하면 불편해하면
모든 사람들이 불편할텐데' 싶어 '하고싶은 말은 참아 버리자' 하고 넘어가곤 한다.
그렇게 지나가다 보면 너덜너덜 헤어져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어느 순간 알맞고 적당하고
단정하게 꿰매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손윗사람으로서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리더와도 같은 역할이 필요함을 깨닫곤 한다.
사람들은 물질공세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그럴때마다 기억되는 말이 있다.
20년 넘게 시어머니를 모셨었었던 박선생님의 말씀이다.
남편이 시어머니께서 살아계실때에 좋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사주면 고맙기보다는
'이것을 사주고 나를 얼마나 더 부려 먹을려고 그러나'하는 생각에 고맙기 보다는
그 선물이 뇌물처럼 여겨져 귀찮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소리로 웃곤 했었다.
명절을 통해 가족들끼리 가장 많은 선물(뇌물?)이 오고 가는 것 같다.
맘껏 선물해도 되는 때이기에 '선물로 나를 다루려고 하는 구나!' 하는 마음이 들곤 했었다.
이렇게 매사에 많이 꼬인 사람이 나말고 또 있으랴!
'받은 것 만큼 되돌려 주기위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을 먹곤 한다.
섭섭할때면 "내가 자기(동서,시누,올케)에게 어떻게 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칠 수가 있어?"하는
생각을 갖게 되곤한다.
당사자가 원한 것을 준 것 이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준 것이면서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소원해지면 무조건
자기자신이 베풀어 준것만 생각하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곤 한다.
받아 준것도 사랑임을.....
혼자만의 베풂으로 결코 모든 관계가 원만해진 것이 아님을 서로 잘해야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는다.
남편이 늘 사용하는 말이있다.
<우리 엄마를 나쁜 시어머니라고 하면 대한민국에 좋은 시어머니는 한 명도 없다.>
며느리도 잘 해야만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임을 알아야하는데도....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한 것임에도 그동안 베풀어 주었던 자신의
그 모든 물질적인 공세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다한 것 처럼 말하곤 한다.
물론 마음이 없다면 선물을 주었을리도 없지만 말이다.
마음을 살펴 풀어주는 것, 말하지 않아도 같이 동조해주는 것,
그것이 더 큰 동지됨을 느끼게 하는 것임을 때로 깨닫곤 한다.
정말 어렵다.
도리를 다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정과 사랑이 오고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내가 이 땅에 남겨진 마지막 이상주의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리라.
나를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게 만들어 주는 일이 정말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남의 억울함을 돌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늘 동서편에서 생각해 본다.
기름값을 감당하면서 시간내어 아이들을 챙겨 이곳 멀리까지 왔는데 행여 불편하거나 억울하지 않기를....
함께 동일하게 즐길 수 있기를 늘 소망한다.
나와 동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의 어려움이 생기기만을....
명절이면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는 말씀을 늘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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