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온가족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큰 아이가 대학에 가고 나면 더 그럴 것 같다.
언제 벌써 그렇게 많이 커버렸는지...나는 그대로인것 같은 느낌인데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가 늙었구나 싶다.
주일날이나 모처럼 함께 쉬는 날이 되면 무얼 먹을지가 모두에게 큰 관심거리이다.
어제는 남편이 오징어 회를 사왔었다.
두꺼운 오징어가 다섯마리에 만원이었는데 너무 두꺼워 부담스러울 정도로 컸다.
오랜만에 회를 먹으니 상큼한 것이 입맛이 돌아 오는가 보다.
작은 오징어의 경우 오징어 다리도 회로 만들어 오지만 어제는 너무 커서 다리부분은
전을 만들어 주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맛이 있느냐?"고 물어온다.
<생물 오징어라 싱싱해서 그런거지>
한살림 우리밀,찹쌀가루 약간,달걀한개,물,죽염소금으로 간하고
고구마와 애호박,가지,양파를 채썰어 넣고 전을 누르지 않고 도톰하게 만들어 주었다.
약한불에서 전을 눌러주면서 익히면 야채가 질겨지고 오징어도 딱딱해 질 수 있으므로
튀김반죽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가루양을 적게 반죽하여 도톰하게 달구어진 팬위에서
중불로 빨리 익혀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더 만들어 달라고 하였는지 내가 머리를 감는 사이
남편이 불을 세게 하고 기름도 넣지 않고 꾹꾹 눌러가면서 전을 태우고 있었다.
야채는 질겨지고 오징어도 맛없어지고 건강에 나쁘게 태운다고 잔소리를 하였더니
<뭘 알았어야지> 한다.
오늘 아침에도 오징어전을 주 탄수화물음식으로 먹고 일어섰다.
큰 언니가 보내 주신 다시마 쌈을 주며 <0 칼로리>라고 했더니 모두 정신없이 젓가락이 간다.
어제 밤에 소금기를 씻고 정수기 물에 밤새도록 담구어 두었었다.
나의 다이어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야채의 참 맛을 알아가고 익숙해져 가는 느낌이다.
큰 아이는 생오이는 냄새도 싫어 하는데 엄마가 만들어주신 오이피클은 너무 좋아한다.
원리 원칙대로 만들어 져서 그런지 짜지도 않고 간이 딱 맞아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닌데도 엄마나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것은
왠지 나도 잘 만들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양가 부모님 모두 가까이 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내리신 축복 중 하나이리라.
어제 저녁에는 페루치니를 만들어 달라고 하여
면을 250g정도를 삶아 내고 소스를 같이 만들어 주었더니 너무 좋아 하였다.
양파를 다지고 일부는 갈고 가지,호박,홍피망을 넣고 볶다가 사과를 한개 정도 갈아서 넣어주었다.
토마토를 다 먹어 버려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소스 맛이 잘 나왔다.
곁에서 소스를 저어 주던 딸아이가 고기를 넣지 않느냐고 해서
고기와 치즈가 섞인 맛보다 과일을 많이 넣어 상큼하게 만드는 것이
엄마의 비결이라고 말해주면서 먹어보라고 하였더니 맛이 좋다고 한다.
넉넉한 야채의 국물 맛과 치즈와 과일맛이 잘어우러지는 것 같다.
올케가 주었던 소스와 케찹 약간,마요네즈 약간을 넣고 조리다가
마지막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넣어 주어 면과 버무려주었다.
아이들이 단숨에 다 먹어버린다.
엄마네 집에서 얻어 온 포도와 사과로 입가심을 하였다.
얼마전 페루치니면을 친한 선생님께 두봉지를 드렸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추석때에도 만들어 주시고 싶으신가 보다.
면의 질감이 다른 것 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수제비처럼 면이 넓으면서도 뚝뚝 끈어지지안고 쫄깃하고 고소하여 혀안에서 굴러 갈 때에 즐길만 느낌이다.
소스를 만들던 웍에 면을 넣어 버무린 그림이다.
까망베르 연성 치즈가 없어서 넣어주지 못하였다.
구입해 두었다가 추석때에 다시한번 더 만들어 주어야 겠다.
천목 완에 색깔을 비교해 보려고 조금만 담아 남편에게 주었더니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금방 다 먹어버린다.
결국 남편에게는 된장찌개와 언니가 보내 주신 깻잎지,도라지무침 등 순 한식 반찬으로 밥을 만들어 주었다.
정작 본인은 살빼기 위해 금식하면서도 저녁 밥을 두가지로 만들어 주다니...
당연한 일인데도 나 스스로에게 칭찬 해주고 싶었던 날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전에 남편이 빨래를 다 널고 밥을 먹기위해 식탁에 앉으면서 스스로를 향해(?)
<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둘 다 비슷한 구석이 얼마나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