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 함께 근무 하셨던 선생님께서 전근을 가셨다.
점심먹고 2시쯤이면 항상 차를 같이 마시고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같이 이야기하며
마음을 풀곤 했었다.
마치 고해성사하는 신도 같은 느낌을 가졌었다.
얼마 전에는 안부 전화를 해 주셨었는데 학교의 힘들었던 일들과 차 마시던 그림이 오버렙 되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에게는 의외로 관계중독증이 있어 왔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허전해 지는 것이 영 힘들었다.
차를 좋아했었지만 마땅히 배울 수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차 마시는 일에 익숙해 졌다.
지금도 서툴지만 5년동안 매일 차를 마시면서 차맛도 알게 되고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다도를 익히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도 모두 차를 좋아하게 만들었으니 참 감사하다.
함께 다구를 구입하며 좋아 했던 일들도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그 시원한 음이온이 내뿜어지는 공간 안에 흠뻑 젖어 들어 등산하는 즐거움을 알아 갔던
황홀한 순간들을 또 잊을 수 없다.
퇴직하면 열심이 산행을 하리라 다짐 하곤 한다.
항상 당당하고 부지런하시고 매사에 긍정적이셨고 열정적이셨던 그 모습은 나에게 늘 귀감이 되신다.
선생님과 같이 있으면 사나이들이 견줄 수 없을 정도의 의리를 느낀다.
그런데 또 얼마나 섬세하신지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아껴주시는 여유로운 모습에 늘 감동 된다.
눈물도 정말 많으시다.
또 삶을 풍성하게 사는 비결을 보여 주는 좋은 모델이 되어 주셨다.
남편을 배려하시는 모습도 내게는 늘 도전이었다.
선생님과 차를 마시는 시간들을 통해 나의 모든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멘토와도 같은 분이셨고 내 인생의 코치선생님이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스폰지 처럼 내게 관계된 모든 일과 사람을 용납 할 수 있게 하는 정서적인 힘을 주셨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바라고 믿고 참고 기쁨으로 견딜 수 있는 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이 떠났을 때에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
한도시를 여전히 공유하고 있음에 기뻐하고 감사한다.
선생님과 삶을 나누면서 마치 내가 나의 앞날을 조명해 보고 미리 살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참 많았다.
지난번 모임때 뵈니 여전히 건강하시고 아름다우셔서 참 반가웠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신실함으로
서로의 삶이 함께 나누어지며 기도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