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아침에 겉절이를 먹으려고 고갱이 배추를 사 왔다. 여름에는 열대야로 인해 밤에도 더워 아침이면 김치가 익었었다. 그런데 이젠 밤에는 제법 쌀쌀한 터라 너무 생김치로 있을 것 같아 내가 만든 요구르트를 넣어 김치를 만들었다. 단맛을 내려고 단맛투성이인 요구르트를 넣어 깍두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나는 건강한 유산균을 빨리 만들게 돕고 싶어서 넣어 주어 보았다. 우리 가족은 살짝 익은 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여름 내내 여러 가지 김치를 만들어 주면서 작은아이와 남편에게도 김치를 만들어 먹기 좋게 잘 익었을 때 생긴 김치 유산균이 우리 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늘 말해 주곤 했었다. 부엌일을 하면서 틈틈이 맛을 보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상큼한 맛이 느껴져 신기했다. 생고추도 갈아 넣었고 우리밀로 풀을 만들어 햇 고춧가루를 불려서 사용했다. 배와 생밤을 채 썰어 넣어 주었다. 가을이 되어 밤이 날 때가 되면 무조건 생밤을 겉절이에 넣어준다. 잘 익은 김치 속의 생밤이 주는 고소하며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깊고 오묘한 맛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붉은 생고추를 보면 밤과 마찬가지로 믹서로 갈아서 김치에 넣어 주고 싶어 진다. 마른 고춧가루에서는 얻을 수 없는 선명한 색감과 상큼하고 신선한 맛 때문이다. 배추 줄기가 얇은 편이어서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지난번에 만든 김치도 국물이 넉넉해 물회를 넣어 비벼 먹고 싶었었다. 명절이어서 과일이 많아져 배도 사과도 밤도 넣어 주었더니 달콤해져서 그런 것 같다. 연휴가 길어 회를 한번 사와 물회처럼 먹어 보아야겠다.
김치 양념은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여 정점의 맛을 내려고 늘 애쓰는 편이어서 국물조차 버리는 것이 아깝다. 국물이 남으면 김치전이라도 만들어 먹곤 한다. 열정을 다해 만들었기에 최후의 한 방울까지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가을에 만드는 겉절이 김치는 제철에 거두어들인 채소들의 향연이다. 먹을 때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한가위 즈음에 얻을 수 있는 모든 채소, 과일들이 많아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생강도 양념 안에 스며들어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지만 갖가지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김치맛을 올려 주는 식재료이다. 엄마가 김치를 만들때마다 빠지지 않고 꼭 넣어 주는 재료는 그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의 힘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