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가 망가져 얼마 전에 다시 구입했었다.
집에 오니 냉동실이 다 녹아 있었다.
냉동실 문을 꽉 닫았다.
세탁기도 냉장고도 올해가 십년째 되는 해가 되니 늘 불안 불안하다.
이삼년씩만 더 썼으면 좋으련만...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해에 다 구입하였었다.
내가 운전을 시작한 것도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해였기에
나의 삶의 많은 것들의 기준이 되는 해는 2004년도다.
그때가 늘 기점이 되곤한다.
<자동차도 그해 만 4년이 된 차를 샀으니 올해로 13년차가 되었다.>
이렇게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십년이 되면 이젠 알 것은 다 알아 버리게 된다.
더 생경할 것도 없고 서로를 향해 실망할 꺼리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상대방도 나에게 그런 느낌을 갖겠지 싶어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몸도 생각도 삶도 분명 변했지만 마음만큼만은 변함없이 처음의 그모습 그대로의 신선함이길 소망한다.
늙어지고 뚱뚱해진 내 몸처럼 흉악스러워지고 싶지가 않다.
롤케익 반죽을 할때 식용유가 가라앉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 처럼
푹퍼진 모습으로 가라앉거나 스스로 침전되지 않기 위해 날개쳐 올리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갖고 내가 아는 사람들 앞에 서고 싶은 욕망을 갖곤한다.
함부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두 눈 질끈 감아버려 좋은 모습으로 해석하고 넘어가고 싶어진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 온 것처럼 진흙탕에 뒹굴고 싶진 않은 그런 마음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그 사람이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그의 예의가 태도가 그의 말솜씨가 증명한다고...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리라.
깨끔발로...
실망스럽지 않은 존재로 ....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정함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답은 없는 것 같다.
관계는 분명 쌍방의 교류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덮고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법으로 이어진 가족일수록 더 조심스러운 것 같다.
사람은 냉장고처럼 새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늘 어렵다.
'지속적으로 오래가고 싶은 열망이 서로에게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 것 같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하나가 닫혀있다면 소용없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탁월한 기술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분들은 대신 사람에 대해 실증을 빨리 느끼는 단점이 있음을 보게 되곤 하였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빨리 친해지지만 깊이 알고 사귀기 까지는 생각보다 긴 편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에서 익숙할 때까지 일해야하는 시간이 만시간정도인데 대략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인간관계도 쓴맛 단맛을 다 맛보고 곰살스러워지고 살가와지려면 적어도 10년쯤은 사귀어야만 되는 것은 아닐까?'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