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를 다녀 온 남편이 고구마밭에 비닐을 치러 가잔다.
태어나서 처음해보는일이라 툴툴대며 갔다.
마침 농사하러 오신 남편의 일년 직속 선배이신 정선생님부부도 오셔서 놀려대셨다.
아버지와 딸이 같이 농사하러 온 줄 알았단다.
<선생님도 만만치 않으시다고 왜 그렇게 머리가 빠지셨는냐?>
<머리가 왜 그렇게 많이 희어지셨느냐?>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결혼 기념일인데 미깔시럽다>고 하였더니 껄껄 웃으시더니 사투릴를 들어보니 이젠 삼척사람이 다 되었단다.
그 쪽은 사모님이 농사하러 가자고 했단다.
<그럼 우리 둘이 놀러가자>고 하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남편은 일년 선배님이시라고 꼼짝도 못한다.
그냥 소리 없이 웃기만 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부부는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가 막히게 만나게 하시는 것 같다.
돌나물과 쑥을 뜯어왔다. 그늘이어서 두가지가 같은 영역에 동시에 나고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어제 남은 아보카도가 부드러워서 긁어내고 돌나물과 내가 만든 오이 피클속의 오이와 양파와 콜라비를 쫑쫑 썰어넣고
마요네즈와 허니머스터들을 살짝만 넣어 심심하게 샐러드를 만들었다.
쑥 버무리도 만들었다.
심권사님을 통해서 구입했었던 우리밀 밀가루에 소금간을 조금만 하여 씻어 놓은 쑥을 묻혀 김이 오른 찜솥에서 쪄 냈다.
물기가 흘러도 고이지 않도록 찜기 두개를 겹쳐 사용하는 것과 찌는 도중에 붙지 않도록 뒤적거려주는 것이 관건이다.
쑥의 녹색이 진해지지 않게 약간 찔그덕 거리는 씹히는 맛이 좋아서 그정도 까지만 익혀준다.
나는 탄수화물이 많이 묻은 것보다 쑥이 많은 것이 좋아 밀가루를 살짝만 묻혀주었다.
남편이 은근히 맛있다며 정말 많이 먹었다.
배고픈 시절 먹던 거칠은 순 우리음식과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는 동서양의 양극에 가 있는 야채요리였지만
우리집에서만 연출될 수 있지 싶다.
오늘 아침에도 멸치볶음을 만들었다.
자잘한 멸치니 젓가락으로 집기가 힘이 드니 밥에 섞어 먹으라고 넣어 주었다.
집에 있던 두부도 구워 김치와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권해주었다.
결혼기념일 이라고 큰 아이가 축하전화를 해주었다. 감사하다.
아이들이 잘 커준 것이 감사하고 지금까지 의좋게 살아온 것도 감사하다.
오이피클,양파피클,콜라비피클과 으깬 아보카도를 넣어 만든 샐러드
우엉조림과 매실장아찌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