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남편이 토요일 주간자율 학습 감독을 빼고 나왔다.
함께 찻집에 가자고 하였다. 마침 신선생님의 연락을 받아 말씀드리니 같이 나물을 뜯으며 가자셨다.
쑥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쑥이나 캐야지 하는 마음으로 따라 올라갔다.
다래순을 알려주셔서 따왔고 삶아 무쳤는데 정말 맛있었다.삶아 무쳐 놓으니 색깔도 너무곱고 아름답다.
삶을때는 비릿한 향이 있었는데 물에 조금 담구어 두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쓴맛도 없었고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나물이 가지고 있는 자체맛을 알고 싶어서 소금과 참깨,들기름으로 무쳤다.
땅에서 나는 것들은 흙냄새가 나는데 나무에서 따서 그런지 흙냄새도 없어 나물에도 순서가 있다면
고귀한 나물 같았다. 딸 때부터 잎 자체가 얼마나 연한지... 순을 딸때부터
어린 순의 촉감이 정말 특별하였었다.살짝 데쳐서인지 아삭한 느낌이 좋았다.
약간 끈적한 느낌이 있었는데 삶아서 끈적한 느낌이 있는 나물들은 묵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묵나물로 먹으면 쫀득쫀득하여 정말 맛있다고 한다.
나무의 속살이 만든 귀한 움을 내가 다 먹는 것 같은 희열과 함께 그들의 것을 다 빼앗아 먹는
죄책감까지 들게 만들었다.화살나무도 보았는데 그 순도 먹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선생님도 모르셨는데 지난 금요일 꽃꽂이 소재여서 품에 안고 가시는데
아파트 앞에서 만난 분이 화살나무 나물이라고 하시면서 그 순도 먹는다고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쑥도 캐와 아침으로 쑥 버무리를 만들었다. 몇 번 만들어 먹고 나니 마치 전문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작은아이는 너무 늦게 잤더니 입맛이 없다고 하여 큰언니가 보내주신 육포와 포도원액으로
아침을 대신하였다. 덕분에 우리둘이 좋아하는 것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교회점심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 쑥을 가져가 버무리를 만들었는데 김권사님도 사모님도
여자집사님들도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나때문에 처음 먹어 보는 것이 많다며 다들 웃었다.
어머니께 들렀더니 당신밭에서 나는 참나물과 민들레 나물을 주셨다.
나물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개드릅,머위순,경은제 사모님이 주신 돌나물,교감선생님이 주신 참드릅까지...
저녁에는 금방지어 따끈한 삶아진 다래순과,민들레나물,참나물과 생곰취는 쫑쫑썰고
돌나물도 생것 그대로 사용하여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었다. 육포도 살짝구워 잘게 잘라 함께
넣어 주었엇다.
얼마나 맛이 있는지...포만감에 나른해 지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충만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떤 훌륭한 종합비타민이라도 이렇게 까지 충족시켜 줄 수 없음을 안다.
나물이 주는 부드러우면서도 때로 찔그덕거리며 거칠게 씹히는 그 질감과
혀를 거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어졌다.
고소하기도 하며 입안 전체에 감도는 것이 독성 많은 음식에 쪄든 몸이 순식간에 좋아 질것만 같은
중독성 있는 쓴맛과 코끝을 시작으로 입안과 온몸에 퍼져들것만 같은 각나물의 독특한 향과
흙이 가진향과 나무마다의 특별한 향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신비하고 오묘한
그 맛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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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물 무침과 참드릅을 삶아 초장에 찍어 먹을수 있도록 주었더니
"역시 참드릅이 맛있어!' 한다.
쓰지도 않고 살집이 깊어 씹는 맛이 마치 살깊고 부드러운 쇠고기를 씹는 것과도 동일한 느낌이 들곤 한다.
씹을때의 시원하고 깊은 맛을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음식에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정말 힘듦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