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가 작년겨울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한참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지겨워하던
내게 좋은 책이니 읽어봐 하시면서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책을 주시고 엄마는 나가셨다.
퉁퉁부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보던 책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앞에 나왔듯이 의원 허준의 일대기를 꾸며 쓴 소설이다
해미 고을의 부사인 양반의 자식이지만 역적으로 몰려서 천첩으로 몰락한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자신도 남의 집 노비로 살 수밖에 없었지만 평생 함께 할 다희를 운명적으로 만나고
갖은 노력 끝에 어의라는 자리까지 올라 한국사람의 체질에 맞춘 의학책인 동의보감을 만든다는
줄거리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허준이 정경부인을 고치는 장면이다.
가난한 시골농민이나 지체 높은 양반 댁 부인이나 정성으로 환자를 대하는 허준의 사람됨이
놀랍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을 통해 주인공과 동고동락하는 문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체험을 한 것 같아 아주 기뻤다.'
이 책을 여러 번읽었던 터라 읽을 때마다 느낌이 모두 달랐다.
첫 번째 읽고 났을 때는 아팠을 때라 줄거리를 파악하기에 바빴었다.
다시 한번 읽었을 때에는 이 책이 주는 쏠쏠한 재미를 온 가슴으로 느끼면서 읽게 되었다.
상. 중. 하의 긴 대장정을 다 읽기를 마쳤을 때에는
내가 이 책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도 아주 좋았다.
또 이 책은 절대 앞으로 넘겨 읽지 말아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의녀 미사와 전쟁을 피해 산속으로 가던 중 이야기가 끊겼다는 점이다.
뒷얘기로는 나머지 이야기 전개가 주욱 나오고 집필 중에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뒤에 나오는 짧은 줄거리로는 앞의 수많은 이야기가 힘들 것 같아 아쉬웠다.
소설도 읽으며 여러 가지 의학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위의 글도 방을 정리하며 발견한 큰 아이의 독후감이다. 새삼 다시 읽어지고 싶게 만든다. 큰 아이는 지금도 자기가 읽고 너무 재미있었던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해주곤 한다. 책에 있어서는 동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곤 한다. 감사하다. 던져주면감사하다. 금방 읽어 내곤 하였었다. 이젠 친구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다시 동의보감을 읽어 보아야겠다. 눈이 더 이상 어두워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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