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두와 눈

걸상 2010. 1. 5. 01:25

31일 영시 예배에 가기전에 만두속을 만들어 놓고 갔었다.

우리 교회는 윷놀이를 하고 꼭 국수를 먹은 후 0시예배를 드린다.

국수 삶기 전에 만두 속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료를 구입하면서 숙주를 사려고 하니 없어서 춘천에 살 때에

집사님들께서 만두 만드실 때 무를 얇은 숟가락으로 긁은 후 소금 간을 조금 한 후

꽉 짜서 속에 넣었었던 것이 생각났다.

나도 아주 가는 채칼에 무를 밀어 곱게 채를쳐서 소금을 살짝 뿌린 후 꼭 짜서 같이 넣어 주었다.

무와 함께 두부와 볶은 쇠고기와 썰어 꽉 짜둔 김치,물에 불려 놓은 당면,마늘,양파.대파를 넣어 주었다.

심심하게 속이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 져서 감사했다. 

만두 피는 달걀과 포도씨유,소금을 넣어 어느 정도 뭉치도록 물을 넣어 비벼 준 다음 

비닐에 넣어 따뜻한 곳에 두고 갔었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떡국과 만두를 같이 넣어 끓여주었더니 정말 잘 먹어주어 감사했다.

저녁때에도 만두를 쪄서 주었다.

큰 언니가 주신 홍삼 감식초와 집간장을 섞어 초간장을 만들어 주었다.

만두속 커틀릿도 만들어 주었다.한번은 닭고기로 한번은 돼지고기를 이용하여 만들어 주었다.

 

작년 같았으면  오늘 같이 눈이 오는 때에도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한가함이 감사했다.

남았던 만두 속이 있어 오늘 아이들 수업 시간에 조금만 만들어 쪄주었더니 좋아하였다.

아무때나 마음만 먹으면 만두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그만큼 게을러지기도 했었던 지난 한 해 였다.

천성이 원래 느긋한 편인데 급한 일이 없어졌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올해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야 겠다.

 

밖이 얼마나 훤한지 새벽 한시가 가까웠는데도 마치 보름달이 뜬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통 하얀 눈이 덮여 있어서 그렇다.

거리에 나가 보니 얼마나 멋있는지....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이 되어서야 내 블로그에 들어왔다.

 

이곳에 20년 살면서 자동차를 덮을 만큼 눈이 내린 적이 두번이나 있었다.

눈과 비가 사촌이라 눈이나 비가  아침부터 계속 내리면 이젠 겁이 난다.

나도 모르게 '이 눈이 비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루사로 고생을 했었고  살고 있는 이 집이 그 때에 침수되었던터라 더욱 그렇다. 

운전을 할 수 없어서 딸 아이와 같이 운동 삼아 시내를 걸어서 다녀  왔었다.

걸어도 끝에서 끝까지 30분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니 갑자기 정겨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너무 뻔한 곳이어서 순식간이 소문이 퍼지고 소설<스타일>에 나온 표현처럼

정말 작은 도시여서 실타래처럼 조금만 건들려도 상처로 남는 곳임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가로수인 히말리야 시타가 얼마나 멋스러운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이제 눈이 그쳐서 다행이다.

빗자루로 쓸어도 쓸어도 눈이 계속 쌓여만 갔었는데...

늦게 돌아온 남편이 계단과 집앞의 눈을 치워 주어 감사하다.

내일은 눈을 치우는 일이 가장 큰 일이 될 것 같다.

 

눈때문이었는지.만두때문이었는지 모르나 오늘은 춘천에서 살 때의 일이 생각났었다.

우리 집은 온 가족이 다 동원되어 만두를 만들었었다.

냉동고가 지금처럼 좋지도 않았고  또 넓지도 않았었지만 워낙 추운 곳이어서

만두를 만들어 쟁판에 차면  바깥 눈이 덮힌 장독대에 내 놓으면 저절로 얼어 버렸었다.

얼은 만두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꺼내어 끓여 먹곤했었다.  

 

어릴 적에 만들어 먹었었던 그 음식의 맛을 늘 더듬어 생각하여 같은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냥 곁에서 보았었던 것도 내게 얼마나 큰 자산이 되었는지 모른다.

늘 여러가지 다양한 추억의 음식들을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의 마음이 넘치는 순간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우리 아이들이 내가 만든 만두를 먹으며

피가 얇고 부드러운 외갓집 만두를 그립다고 말했다.

지난번에는 중력분이 없어서 강력분과 박력분을 반반씩 섞어서 피를 만들었는데

강력분이 더들어 갔었는지 피가 조금 질긴 느낌이었었다.

오늘은 우리 밀을 사용하였더니 또 피가 질겨진졌다.

귀신 같이 약점을 잡아내니 먼저 변명을 늘어 놓게 된다.

무서운 것들 같으니라구...  

 

머언 훗날 우리 엄마가 김장김치를 두번이나 하였는데 그해 만두를 엄청 먹었다며 추억할 수 있으리라.

만두 속재료를 또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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