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초 공방에 갔었을때 일이다.
사모님께서 갑자기 고구마를 캐자셨다.
실은 처음으로 고구마를 캐보았었다. 나는 빨리 일을 마치고 싶은 생각에 정신없이 캤었는데 아뿔싸 사모님께서 그 고구마를 자루에 넣으시더니 차에 실어주셨다. 남편이 워낙 고구마를 좋아하는지라 얼른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 왔다. 집에 가져와서 고구마와 호박은 사람과 같은 온도의 생활공간에 두어야 한다고 하여 이층으로 올라가는 중간계단에 두었었다.우리 집에 오셨었던 손님들이 다들 너무 맛있어 하셨다. 처음 캐 본 나의 실수로 상처투성이가 된 고구마가 점점 석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빨리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는 신기하게도 고구마 선물을 유난히 많이 받았었다. 총무님이 어머니께서 직접 농사 지으신 것이라며 한 박스를 주셨고 남편 학교의 교감선생님께서도 당신이 농사지으신 것이라며 주셨는다.
주신 고구마들이 맨들맨들하게 상처 하나없이 너무 예쁜 것들 이었다.
늘 모양에는 관심도 없이 열심히 삶아 먹기만 하였었는데 올해는 직접 캐 보았었기에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지난번에 남편이 원주 갔다오면서 여초공방사모님께 선물받은 해남산 호박고구마도 정말 맛이 있었다.
저 고구마들이 저렇게 맑은 모양을 가진채로 캐졌으니
얼마나 조심스럽게 아기 다루듯이 만져졌을까 짐작이 되었다.
파운드 케익에 넣어 만들어 볼 생각에 고구마를 깍아서 쪘었다.
석화된 부분들을 도려내며 무슨 일이든지 원리를 알고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구마가 석화되면 정말 쓰일 곳이 하나도 없다.
거름으로나 쓰일 수 있을 런지...
조금이라도 석화가 이루어진 고구마는 맛도 없어 우리 아이들은 귀신 처럼 알고
약간 푸르스름하게 변한 고구마는 손도 대지 않는다.
'간사스러운 입을 가진 것들'하며 속으로 욕을 하곤 한다.
어릴적에 친구네 집에 가면 뒷방에 방높이 만큼 멍석을 세워놓고
고구마를 넣어 두었었던 그림이 생각이 났었다.
그 때는 그 이유를 몰랐었는데 지금에야 석화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생고구마를 칼로 깍아 먹던 그 때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오늘 아침에 석화된 고구마부분을 또 도려내며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나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굴은 자기살을 헤집고 아프게하는 모래알로 영롱한 진주를 만든다는데
나는 상처 받은 것만을 감싸안고 쓸모없는 석화덩어리만 키우고 있지는 않았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 둔 지 이제 일년이 다 되었다.
하나님과 또 모든 사람과의 관계속에서도 아무리 오래되어도 석화되지 않는 탄력성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새해에도 되도록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아기를 만지는 것 처럼 순간 순간 노력하리라 그리고 주님의 은혜안에서 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