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를 태워다 주고 집으로 같이 내려오는 길이었다.
강릉에서 나올때 첫번째 휴게소에서 내가 볼 일을 보려갔었다.
남편은 구정 휴계소에서는 그냥 있었는데 동해휴게소에 들러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해휴게소 호떡이 맛있다고 하였더니 늘 맛있는 곳만 찾아다닌다며 투덜거리더니
차를 휴게소쪽으로 올라갔다.
동해휴게소는 서울이나, 원주,속초에 다녀오게 될때에 마지막 휴게소이기도 하지만 탁트인
시야의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경치 또한 환상적이어서
미국에서 온 동생네 가족이 왔을 때에도 꼭 들르게 되곤하였었다.
하지만 배가 고프다고 느껴질 즈음이 되어 생각나는 간식은 단연코 이곳의 호떡이 제일이다.
지난번에 원주 다녀 왔을때에도 일행들이 호떡을 먹고 가자고하여 들렀었다.
내가 알려 준 정보를 가장 잘 써먹는 남편이 또 하나 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나마나 남편은 출장다녀 오는 길에 꼭 들를 것이라 짐작된다.
아마도 회식을 끝내고 드라이브 가자며 바람쐴겸 호떡을 먹으러 갈지도 모를일이다.
동료들 중에 여선생님들이 많으시니...
남편이 일을 보는 동안 호떡을 사는 일은 나의 일이었다.
아무리 바쁘다고 말하여도 호떡을 주는 사람은 당신임을 말하지는 않았었도 나는그 순간
알아차리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오로지 그 분의 처분 만을 바라며 기다릴 수 밖에 없음을...
'그래 느긋하게 기다리자'하고 마음을 먹으니 저절로 그 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무언가 의미를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이순간의 주도권은 물건을 사려는 내가 아닌 그 분임을...
나는 마치 절대적인 권력앞에 순응하려는 그래서 선한 처분만을 바라는 배고픈 무리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시간이 갑자기 정지하기위해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그런 느낌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모르겠다.
호떡을 주시기만을 기다리면서 호떡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이유를 발견하였다.
미리 구워 놓은 호떡이(하지만 기름이 굳어진 듯한 ) 6개나 분명히 있었고 굽고 있는 것도 있었다.
내가 볼때는 넉넉하여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주워도 충분한 양이 있었는데도
조리하시는 분은 모든 팀을 기다리게 내 버려 둔 채로 정말 슬로우 모션으로
위생장갑을 몇번이나 벗었다가 다시 끼시고는 밀가루 반죽을 잡으시더니 새로운 호떡을 빚으셨다.
겨우 두개를 만들어 팬 위에 올려놓으시고는 뒤집게로 굽고 있는 호떡을 다시 뒤집으신다.
늘 마음이 급한 내 눈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과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내 뒤에서 기다리시던 분은 급기야 당신 손에 쥐고 있던 천원짜리를 놓쳐
바닷 바람에 날라가버려 그 돈을 줍느라 이리저리 바람처럼 분주하였었던 그림을 보여주었었다.
차안에서 호떡을 먹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1.호떡을 먹고 싶어 간절히 사모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경치를 보면서 혹은 차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얼마나 맛있으면 저렇게 줄을 서고 있을까?'생각하면서 호떡이 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2.그리고 당신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즐기시는 것을 볼 수 있게 함으로 먹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고소한 기름에 호떡이 지글거리며 또 뒤집어지면서 구워지는 것을 보면서 혹은 냄새를 맡으며
모두의 침을 꼴깍거리게 만들었다.
잊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빠져들게도 만들었다.
다른 모든 음식 코너보다 가장 줄이 길게 선 곳은 당연 호떡 코너였다.
3.또 방금 갓 구운 호떡만을 파신다는 사실이었다.
호떡의 생명인 뜨거움과 부드러움이 최고인 상태로 만들졌을때에 말이다.
설탕이 알맞게 녹아 줄줄 흐르고 너무 뜨거워 혓바닥이 데일 것 같은 순간의 호떡을
당신의 손에서 손님의 손으로 떠나 보내는 것이 안타깝기라도 한 것 처럼 ....
나도 모르게 그 분의 얼굴을 바라보게 만들었는데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느릿한 손동작은 아직도 내 기억속을 점령하여 어른거리며 나로 하여금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내 느낌들을 이야기해주면서 호떡을 먹었었던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겨울의 입구에 서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호떡이 정말 그리워진다.
다음에는 호떡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멋진 바다를 보며 호호불며 호떡이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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