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눈이 왔다.
이 지방으로 이사 온 후 결혼 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일찍 눈이 온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88년 12월에 이사왔었는데 그 첫해 겨울에 눈이 오지 않고 겨우내내 겨울비만 왔었었다.
지금까지도 겨울이 따뜻한 이 지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이번주까지 무릉계곡의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단풍을 만끽할만한 여유가 있으려니 싶었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작은 아이가 <왜 이렇게 추워?> 한다.
"수능만 다가오면 이렇게 추워지는지 몰라 엄마때도 십일월이 너무 추었었는데 ..."
"날짜를 빨리 잡거나 늦게잡는 것과 상관없이 거의 매년 입시추위가 몰려 오곤 한단다."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저절로 잔소리가 나온다.
출근한 남편으로 부터 화분을 들여 놓으라고 전화가 왔다.
비와 섞여서 내리니 비가 그치고 화분을 일단 들여 놓았다.
화분들도 놀랐으리라!
매년마다 추수 감사절 쯤에 화분을 들여놓았었고 부활절을 지나서 내놓았었다.
작년 이맘때쯤 화분을 많이 정리를 하였었는데 일년이 지나가고 나니 또 그 만큼 늘어 있다.
단독주택이어서 베란다가 없으니 겨울 동안 화분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찌하랴 내 식구인 것을...'
화분을 닦으면 늘 아버지 생각을 하게된다.
몇년 전에 내가 가져다 드린 개온죽을 아직까지 너무나 아름답게 가꾸어 가지고 계신다.
모든 식물을 윤이 나도록 길러 놓으시곤 늘 자랑스러워하신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싶다.
<안방을 서재로 만들어서 곳곳에 화분을 둘 수 있어서 좋았다.고려담쟁이가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작년 이맘때 큰 아이가 걱정이 되어 혹시라도 체할까 설사할까 노심초사하였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아침에 "호야 너도 이젠 만 이년 남았구나!" 하니 아무말이 없다.
작은 아이는 누나처럼 애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도 늘 자신감에 넘쳐한다.
며칠 전 온가족이 회를 먹으면서 수능 날 시험을 마치고 광어회를 사러 간 차안에서
큰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고 엉엉 울던 흉내를 내었드니 막 웃었다.
지금까지도 아까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하장으로 출근하시던 선생님으로 부터 첫눈이 온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되었다.
<하나님 부디 출퇴근 길을 지켜주십시요!>
이젠 50을 바라보니 첫눈의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늘 앞선다.
겨울이 바짝 다가 온 느낌이 드니 난방걱정에 김장걱정이 앞선다.
큰 아이에게 이불을 붙여주어야지...
우리 부모님 두분 다 겨울을 잘 나셔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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