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처음으로 동해의 까막바위에 가보았다.
박선생님 덕분이었다.
처음 보았을때에 '참 뜬금없는 곳에 별스럽지도 않은 바위가 떡 하니 버티고 있구나!' 싶었었다.
새들의 쉼터라고 느껴졌다.
갈매기들이 바위곁으로 날개를 활짝 펼치고 지나가는데 바위와 얼마나 멋스럽게 잘 어울리는지....
그 곳에서 새들만의 절대공간을 만들어 가며 쉬곤하며 생존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도 까막바위를 통해 동네가 알려지고 그것을 근거로 살아가게 되니
'참 고마운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부산이 고향이신 선생님께서 부산에서 보았었던 바다는 즐길 수 있는 유희의 공간으로서의 해변이었는데
그 당시 강원도에 올라와서 바다를 보았을때는 치열한 생존의 바다였다고 말씀해 주셨다.
삶이 더욱 더 각박해 보이셨다며 이젠 강원도가 삶의 터전이 되셨다며 웃으셨다.
퇴임을 하시고 나니 그냥 스쳐지나갔던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디에 숨어서 있었는지
하나 둘 소록소록 생각이 나신다고 하신다.시어머니이야기,친정동기간들의 이야기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앞은 시원하여 좋았고
등 뒤에는 햇볕이 따가운데도 그 뜨거움이 즐길만해서 좋았었다.
며느리는 봄 볕에 내보내고 딸은 가을 볕에 내보낸다는 옛말의 의미를 알 수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가장 볕이 뜨거운 2시쯤 이었는데도 싫지가 않았다.
전날에 보았던 비가 와서 흐릿했었던 바다와 또 다른 웅장함과 뚜렷함이 넘쳐
나의 기분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모래가 없는 해안이어서 그런지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바닷 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 없이 넓고 깊은 그 속을 알 수 없기에 거만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깊이가 있는 사람 됨됨이를 묵상하게도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리고서도 시침을 뚝 뗄것만 같은 묵묵함에 질릴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 하나쯤 그곳에 들어가 있다 할찌라도 결코 움직임이 감지 되지 못하리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 거대함에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도 만들었다.
거만함이기도 하지만 든든함일 수도 있다.
하나님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없이 장엄하고 넓기에 존재자체 만으로도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늘 충만함으로 타인을 바라 볼 수 있는 푸근함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나님으로 부터 오는 평안함, 충만함을 통해서만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언젠가 다시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언덕위로 올라가는 곳에 들꽃을 심어 놓은 공원도 있었는데 올라가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다.
왜 까막바위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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