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둘러 목욕탕에 갔었다.
목요 노인섬김사역에 가기전에 빨리 목욕을 하고싶어서였다.
온 몸에 상처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었다.
등을 같이 밀어 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3,000원이라고 하여 밀었는데 얼마나 창피하던지...
묻지도 않는 말을 하면서 변명을 하였다.
마치 남편에게 폭행당한 자국으로 오해 할 것 같아서였다.
<제가 오븐 요리를 열심히 하는데 오븐 팬에 슬쩍만 닿아도 이렇게 자국으로 남는 상처가 되던데요>
<데인 자국들이 일년도 넘게 가더라구요!>
정말 다리며 팔 부분 여기 저기에 문신을 새긴 것이라고 해도 될만큼
곡선으로 나온 무늬같은 상처도 남아있었다.
깊은 상처들이 아닌지라 그냥 무심하게 지나쳐 오곤 하였었다.
빵수업을 하다가 슬쩍 스친 것도 있고, 집에서 더 많이 데인것 같다.
조심성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오븐이 밑 부분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부엌이 좁기도 한지라 늘 어설프게 엎드리어 일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스치는 경우기 많았었다.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집처럼 오븐이 요리하기 좋은 위치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네 처럼 부엌이 넓었으면 좋겠다'
TV에 나오는 그런 특별 요리사들의 삶을 살지도 못하면서도 별생각을 다 해 본다.
빵 수업을 위해 준비하다보면 부엌이 나의 작업 공간임을 깨닫는다.
제빵 도구며 재료를 수납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정리정돈을 못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에쏀 5월호를 보는데 자신의 집을 공개하면서 집안 전체가 부엌이라며 소개하는 그림을 보았었다.
얼마나 부럽던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오븐이 서서 일할 수 공간에 붙어있었으면 하는 소망과
부엌이 조금 만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강의를 계속하게 된다면 다른 요리선생님들과 차별되게 오븐 요리쪽으로 영역을 가꾸어 가고 싶다.
한식과 양식,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오븐요리 말이다.
지난번 오븐요리시간에 영양사 시절에 내가 좀 더 열리고 부지런했었더라면
학교 급식메뉴에 머핀과 김치그라탱 정도는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었어도 좋았을뻔 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정말 지나칠 정도로 모험심이 강했었는데도 지나놓고 나니 후회스러운 부분이 생겨진다.
어째튼 내 몸의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흔적이기에...
<야야 이젠 몸을 좀 사리고 조심 좀 해라!>
가장 낮고 엄위한 목소리로 나 스스로에게 지엄하게 명령해 본다.
마치 하나님의 명령인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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