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내려 하늘이 어두컴컴하여 내가 일어나는 것도,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출근하는데 평소에 보지도 못하였던 박꽃이 차창밖으로 보였다.
내 마음도 환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활짝 핀 상태는 아니었고 서서히 꽃잎을 닫아가고 있어 어정쩡하게 피어 있었다.
박꽃은 밤에만 핀다던데 아직도 핀 것을 보면 비가 와서 저녁 으스름 같은 아침이어서 그런 것 같다.
갑자기 어릴적에 목이 터져라 부르곤 했었던 노래가 생각났다.
'내가 그 가사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나?'하며 기억을 더듬어 불러 보았다.
서서히 떠오르는 화면처럼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흘러 나왔다.
곁에 있던 작은아이가 <<시끄럽다>>고 하는데도 나의 감흥을 잠재울 수 는 없었다.
속으로 '내 차안에서 내가 부르겠다는데 ' 하면서 아이의 도전을 무시하고
최대한 작고 고운 목소리를 만들어 불러보았다.
아이를 내려 주고도 지금까지도 입안에서 노래가 맴돌고 있다.
언젠가 오후에 남편과 경은재에 들어갔는데 경은재 입구로 들어가기 바로 전
흙으로 된 담같이 생긴 언덕에 줄기를 늘어뜨리고 반갑게 웃고 있었던 박꽃이 생각났다.
해맑은 아이의 얼굴 같았었다.
보름달 둥근달 동산위에 떠 올라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활짝들 피~어서 달구경하지요.
꿈이 많던 어린시절 함께 <삼총사>를 불렀던 친구가 지독히 보고 싶어졌다.
비가 내리고 있는 차분한 가을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