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꽃

박꽃

걸상 2008. 9. 24. 08:34

비가내려 하늘이 어두컴컴하여 내가 일어나는 것도,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출근하는데 평소에 보지도 못하였던 박꽃이 차창밖으로 보였다.

내 마음도 환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활짝 핀 상태는 아니었고 서서히 꽃잎을 닫아가고 있어 어정쩡하게 피어 있었다. 

박꽃은 밤에만 핀다던데 아직도 핀 것을 보면 비가 와서 저녁 으스름 같은 아침이어서 그런 것 같다.

갑자기 어릴적에 목이 터져라 부르곤 했었던 노래가 생각났다.

'내가 그 가사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나?'하며 기억을 더듬어 불러 보았다.

서서히 떠오르는 화면처럼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흘러 나왔다. 

곁에 있던 작은아이가 <<시끄럽다>>고 하는데도 나의 감흥을 잠재울 수 는 없었다.

속으로 '내 차안에서 내가 부르겠다는데 ' 하면서 아이의 도전을 무시하고

최대한 작고 고운  목소리를  만들어 불러보았다.

아이를 내려 주고도 지금까지도 입안에서 노래가 맴돌고 있다.

언젠가 오후에  남편과 경은재에 들어갔는데 경은재 입구로 들어가기 바로 전

흙으로 된 담같이 생긴  언덕에 줄기를 늘어뜨리고  반갑게 웃고 있었던 박꽃이 생각났다.

해맑은 아이의 얼굴 같았었다.

 

보름달 둥근달   동산위에 떠 올라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활짝들 피~어서 달구경하지요

 

꿈이 많던 어린시절 함께  <삼총사>를 불렀던 친구가 지독히 보고 싶어졌다.

비가 내리고 있는 차분한 가을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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