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뚜렷하게 연두색을 두번 볼 수 있는 나무는 은행나무이다.
요즈음 운전을 하면서 다니다 보면 연두빛을 드러내는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서 있다.
봄에 보는 연두빛과 지금보는 연두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똑같이 설레이게하고 아련해보이고 애틋하다.
신록이 아름다운 이유는그 힘찬 생명력이 내재해 있기에 어린 잎이지만 희망의 설레임을 갖게 한다.
마치 어린 아이의 첫 걸음마를 보면서 미소 짓는 것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불안한 걸음이지만 힘찬 발걸음이 될 것을 아는 그런 안도감을 갖게 한다.
<멀리서 흐린날 찍었더니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그런데 요즈음 볼 수 있는 연두빛도 그렇게 슬프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완숙을 향한 첫걸음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역시 기대감에 들뜨게 만든다.
오히려 달뜸보다 내마음속에서 차분함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인생의 깊은 맛을 알게 된 후
남아 있는 삶을 향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는 절정을 기다리는 마음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 연두빛 속에는 쉼과 안식이 기다리고 있기에 갖게되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보이는 것 같다.
마치 잔잔한 노을을 보는 것과 같이 마음이 따듯하고 푸근해져 온다.
초록을 품은 연두빛과 노랑을 품은 연두빛은 분명 다르지만
자신의 현상태를 통과하는 중간지점의 색깔이어서 늘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은행의 연두빛은 늘 무언가 말하고 싶어지고 글을 쓰게하고 싶어지게 만들 만큼 너무 아름답다.
가을의 연두색은 봄보다 느긋하게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봄에는 너무 짧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