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장을 갔었던 토요일밤에 날씨가 너무 추워 잠을 자려다 보니 화분 생각이 났다.
'얼어 죽을 텐데...'
무조건 마루로 들여와 새벽까지 화분을 닦고 화분 받침을 씻어 자리 배치를 해놓았다.
다음날 집에 들어온 남편이 <꽃과 화분이 사는 집>이라는 표현을 쓴다.
날씨가 추워 꽃꽂이 해놓은 국화가 이주일 정도를 버티어 주어,
이번 주 꽃까지 합치니 꽃천지 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밖에 있어도 죽지 않는 화분들은 그냥 두지?>
<<땅에 심겨져있다면 몰라도 화분에 있는 것은 얼기 쉬우므로 어쩔 수 없다>>고 응수한다.
나이가 들수록 왜 그렇게 식물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
'항상 수동적 일 수 밖에 없어서 일까?''나처럼 여겨져서?
'내가 도와주지 않은면 안 될 것 같은 애처로운 마음같은 것일까?'
아마도 우리아버지께서 화분을 열심히 가꾸셨기에 곁에서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마음인 것 같다.
비싸지 않아도 그 작은 생명이 주는 평온함과 생명력을 알기에 더 존귀하게 대하게 되는 것 같다.
비좁게 느껴져도 기분이 좋아진다.
함께 겨울을 우리 거실에서 지내려고 씻고 다듬어 놓으니 더 애정이 간다.
<<역시 할머니와 강아지 그리고 우리식구들처럼 내 그늘 밑에서 편안 하길 바래!> 하고
말을 걸으며 잎을 닦아준다.
'흠 식물에게 이렇게 세심해지다니' 늙어가는 징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