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에게 쇠고깃국을 끓여 먹고 싶어 재료를 주문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오늘은 직접 끓여서 먹고 있는 중이라고 전화를 해주었다. 후춧갈이에 대해 물어 와서 정말 좋았다. 내가 챙겨 준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했다.
“김치를 다 먹었느냐?”라고 물으니 무채김치중 작은 통의 것만 다 먹었단다. 한 시간 이상 통근하는 것이 힘들다며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간지 열흘쯤 되는 시점이니 이제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했다. 며느리는 아직 들어오지 못했다고 기도를 부탁한단다. 서류심사 중이라는데 날짜가 뜬 것을 보니 곧 허락이 될 것 같단다. 오랜 기도제목의 응답이니 정말 감사했다. 순간순간 이렇게 주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살아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 올랐다.
아이들과 통화를 할 때면 “밥을 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자기를 스스로 연명하기 위해 손수 밥을 지어먹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기 관리의 철걸음이기 때문이다. 명절 때 온다고 하니 김치를 열심히 만들어 두어야 할 것 같다.
어제도 꽃모임에 가기 전에 정신없이 김치를 만들어 두고 가느라 힘들었었다. 지난번에 김치를 만들 때보다 추석 전 물가안정화 정책 때문인지 몰라도 농협과 연계를 하여 배추와 무의 가격이 저렴해져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11일까지 물량을 확보한 배추와 무를 비교적 저렴하게 판다고 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사러 갈 생각이다. 어제는 무채김치와 배추김치를 만들었는데 오후에 집에 와 보니 알맞게 익어 있었다. 배추 한 포기나 무 두개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종류를 바꿔가면서 지속적으로 김치를 만들었던 것 같다. 열흘 안에 먹어야 건강한 유산균을 먹을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내가 만든 멸치조림이 맛있었냐?” 라며 물으며 좋은 대답을 기대하는 것을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다음번에는 레시피를 알려 줄 테니 직접 만들어 먹어 보란다. 탁구레슨과 탁구채, 반찬을 만드는 것과 다이어트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았다. 멀리 살면서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위로가 되는데 장성한 아이들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문득 통화를 할 때면 곁에 살 때 좀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곤 한다.

큰 아이네도 가까이 살았더라면 분명 챙겼을 텐데 싶어 지는 순간이었다. 9월 학기를 시작하여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스스로 전화를 해 줄 때까지 늘 기다려 주는 편이다. 이맘때가 되면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하느라 한 번씩 몸살을 앓곤 했었다. 수업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부디 건강하게 잘 있기만을 위해 기도 한다.
작은 아이에게 또 연락이 왔다. 냄비가 부족하여 냄비를 사고 싶은데 어떤 것을 사야할지 잘 모르겠단다. 명절에 집에 오면 같이 사자고 설득을 하였다. 스스로 밥을 해서 먹으니 냄비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 정말 기뻤다. 학창시절 문구류에 목숨을 걸었듯이 이젠 다 커서 이렇게 조리도구에 신경을 쓰는 날이 올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