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글감이라고 퉁박을 주었다. 글감인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걸리지 않았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기름을 내일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친한 언니가 미역을 주겠다니 얼른 다녀오라는 남편의 말에 차를 가지고 갔었다가 카페에 들러 제자반 숙제를 인쇄를 하고 와야지 하고 갔던 것이 실수였다. 순간 기름을 넣어야 하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시동이 안 걸려 락이 걸린 줄 알 수 알았었다. 핸들을 살살 움직여 타이어를 반듯하게 했는데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생각해 보니 기름이 떨어진 것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데리러 와 주었다. 내일 아침에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부탁하면 된단다. 그런데 아침부터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다. 하필이면 차를 세워 둔 곳에 도로포장 공사를 하여서 차를 움직여 달라고 난리였다.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여 기름을 넣어 주는 서비스를 받아 차를 빼오는데 공사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댕댕거리는 성격이어서 기름게이지를 항상 보며 미리 기름을 채워야 마음이 편했었는데 이럴 수 도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젠 더이상 남을 욕할 수 없는 처지임을 알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선재길에 다녀오느라 차를 집 앞에 세워 두었는데 누군가가 내 차를 긁어 버렸다. 서로 연락이 안 되었는데 뺑소니가 되기 싫어 연락을 주었단다. 공업사에 가서 차를 수리하였는데 정말 새 차가 되어 돌아왔다. 고장 난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도색을 해 주어서다. 감사하게도 차 내부청소도 말끔하게 해 주었다. 차를 맡긴 공업사의 사장님들이 다 남편의 제자 들이었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제 남편도 퇴직했고 나도 두 개의 회사를 폐업을 하였기에 차를 없애야 하는 시점이다. 깨끗한 차를 보니 졸지에 차에 대한 애정하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운전을 못했어서 운전이 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남편이 막 웃었다. 가까운 곳을 갈 때는 남편차를 운전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늘도 꽃이 오는 날이었는데 남편에게 같이 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남편의 안과 검진 때문에 강릉에 갈 때면 늘 운전을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걷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다. 나의 일상 속에서 늘 함께 했던 차이지만 이젠 내차에 대한 미련을 빨리 떨쳐야 하리라고 다독거려 본다.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익숙해질 것이다. 자녀를 떠나보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게 있었던 것들을 하나 둘 차츰 버리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