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월에 선재길에 다녀왔다. 올 들어 처음으로 주말을 이용하여 산길을 걸었다. 익숙한 길이어서 좋았고 친숙한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걸은 날이기도 했다. 평지길이었지만 13.1km를 걸었더니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마음만은 상쾌했다. 종종 주말에 이렇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말 행복했다. 땅이 부드러워 이십 분 동안 맨발 걷기도 하였다. 확실히 맨발로 걸으니 걸음을 더 야무지게 내딛게 되고 모든 근육을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 계절에만 피는 잔잔하고 자세히 보아야 그 이쁨을 알 수 있는 들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반팔 위에 따뜻한 등산 조끼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추웠다. 발을 씻기 위해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얼음장 같았다. 간식도 점심도 너무 맛있었는데 오는 길에 오랜만에 테라로사에 가서 드립커피를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동안 잃어버리고 누리지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그 모든 최고의 것을 향유하고 온 것 같아 감사했다. 마음을 주고 받으며 걸으며 함께한 이들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친숙하고 매력적인 커피 맛으로 인해 내가 그냥 멋있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