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정말 생각 보다 일찍 하얗게 희어졌었다. 늘 염색에 대해서 별 생각 없이 살곤 했었다. 그런데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과 점심모임이 있으면 부득불 급하게 무리해서라도 아침부터 염색을 하고 나가곤 했었다. 가족모임에서도 염색을 안 하고 가기 일쑤여서 안산 언니네 집에 가면 당신이 직접 염색을 해 주곤 했었다. 나는 늘 외모에 무심한 편이어서 염색을 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물론 수업이 시작되는 첫날에는 염색을 꼭 하곤 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와서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 생각에 나가게 되니 염색을 안 할 수가 없다. 거울을 보면 아무리 씻어도 머리가 하얗게 보여 나이들은 할머니가 따로 없어 보여서다. ‘새 식구를 맞이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을 만나는 것 이상으로 새로 가족이 된 우리 아이들과 만날 때에 더 조심스럽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