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의 시점이 내게 얼마나 큰 은혜의 순간들인지를 고백하게 된다. 또렷한 의식으로 나를 되짚어 볼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감사하다. 발등에 불을 비추어 한 걸음씩 걷게 하심을 깨 닫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살아가면서 지난날의 있었던 일들의 의미를 깨우치게 되고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여름처럼 더웠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하였다. 레모네이드를 만들 재료를 보더니 음료수를 먼저 만들자고 했다. 미리 집에서 마들렌 반죽을 만들어 갔다. 반죽이 많아 마지막 순간까지 오븐에서 굽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주어 고마웠다.
마들렌은 맛만큼이나 모양이 매력적인 쿠키다. 조개를 닮은 모양이어서 정감이 간다. 쿠키가 다 구워지고 식은 후 딱딱해진 쿠키를 아이들에게 맛보게 해 준 후 마들렌은 이렇게 바싹 바싹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녹지 않은 설탕이 느껴진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신기하게도 마들렌을 구을 때마다 마치 내가 화장을 할 때처럼 얼굴을 하얗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태우고 싶지 않아 반죽을 짜는 양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굽는 시간도 중요해서 긴장감을 갖고 오븐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오븐 온도도 오븐마다 그 실제적인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 일이다. 윗부분이 뾰족하게 부풀어 오를 때 목장갑을 끼고 뒤집어 주었더니 더 만족스러운 모양이 나왔다.
청계란과 우리밀과 자일로스 설탕등 최고로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였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 가야 하는 고생스러움과 귀찮음을 감당하며 쿠키를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 고생이 고생을 불러온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여 버터 쿠키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 스스로도 신기했다. 성취감이 고생을 감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만든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아이를 기다리던 한 아이의
어머님이 “오늘 정말 더운 날” 이라며 “아이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말해 주었다. 에어컨이 있었는데도 걱정스러웠던 것 같다.
아침 일찍부터 남편은 원주 여초선생님께 가려고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나는 오전에 재료 구입을 하였고 또 반죽을 만들어 가느라 바빴다. 반죽을 다 만든 후에 일회용 짤 주머니에 담아 두고 샤워를 하고 출발했다. 출발하려고 하는데 차 안이 얼마나 뜨거운지 한여름날의 오후 두 시쯤인 것 같았다.
어쩜 이번 학기가 내 인생의 마지막 수업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행을 했어서 그런지 더욱더 꼼꼼하게 수업준비를 하게 된다. 언젠가 수업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해 왔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아마도 나는 내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을 찾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였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