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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현상

걸상 2023. 4. 13. 11:18

목이 아파서 이틀째 인후통 약을 먹고 있다. 목소리도 변해서 걱정이다. 찬양을 할 때 짐승소리를 낼 것만 같아서다. 누구도 듣기 힘들지만 내 곁에서 찬양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듣게 되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갈라졌을 때나 집중하여 부르다가 삑사리가 날 때면 어쩔 수 없다. 내 목소리보다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 진정한 찬양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지만 곁에 있는 팀원들에게 늘 들키기 때문에 미안하다.

큰 아이가 “황사가 심하다는데 괜찮으냐?”라고 연락을 해주어 “심하다 그래도 영동지방은 좀 나은 편”라고 걱정을 했더니 자신이 있는 곳의 사진을 보내 주었다. 쾌청 그 자체였다. 부럽다고 말해 주고 중국의 사막화를 함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안부를 물을 수 있어서 세상 편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한 친구가 삼척으로 와 준다고 하여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점심을 빵으로 먹을 생각이어서 인후통 약을 가지고 왔는데 청소를 하면 할수록 청소할 것이 많아진다. 오자마자 찻물을 우려내어 하염없이 마시니 목이 많이 편안해졌다. 내일 저녁에도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정신이 없다. 내일 오전까지는 청소를 어느 정도 끝낼 생각이다. 테이블마다 깔끔하게 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들어 있는 액자를 올려놓았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넘친다. 이 공간이 나를 기다려 준 것 같아서다. 어느 순간에는 절대 오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하지 모르겠다.

입구 발매트도 처음에는 큰 아이가 주문을 해주었는데 막상 내가 알아서 하려고 하니 정말 아쉽다. 커피생두는 작은 아이가 무조건 주문을 해 주었었다. 얼마나 그리운지 나야말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해야하는 숙제앞에 놓인 가족들이 스스로가 깊이 성찰하여 잘 살아내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아마도 세월이 갈수록 부모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우리 아버지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나 스스로의 염치를 챙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기도하게 된다. 아마도 아이들은 견고하게 더 잘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