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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걸상 2023. 3. 27. 18:01

아이를 바래다주고 집에 오니 한 달 정도 있다가 가서 그런지 허전함이 확 밀려왔다. 남편은 아이가 시집을 갈 때도 안 울었는데 눈물이 난단다. 좋은 일로 간 것인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단다. 아마도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행복하게 자기 길을 찾아간 것이니 기쁨으로 기도해 주어야 하리라. 남편은 ”자식이 장성하여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도 이렇게 가슴 아프게 만든다 “고 고백했다.

가족 단톡에 올려 준 비행기 안의 그림을 보더니 작은아이가  “누나 잘 다녀와 만 킬로 ㄷㄷ 사진 많이 보내주고”하고 글을 남겨 주었다. 아프리카까지가 만 킬로 정도였었다. 어느 정도 비행을 하게 될지 짐작이 되었다. 우리처럼 십오만 원 정도를 더 내고 가장 앞자리에 앉아 가게 되어 그나마 안심이었다. 마음속 깊숙이 하나님의 생명싸개 속에 싸여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였다.

사람이 일어나서 내 주를 쫓아 내 주의 생명을 찾을지라도 내 주의 생명은 내 주의 하나님 여호와와 함께 생명 싸개 속에 싸였을 것이요. 내 주의 원수들의 생명은 물매로 던지듯 여호와께서 그것을 던지시리이다.(삼상 25:29)

사돈 내외분도 같이 배웅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두 분 다 아이를 늘 따듯하게 대해 주셔서 정말 감동이었다. 집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답장을 해주셨는데 또 눈물이 났다. 동병상련을 앓는 중이니 한마디 한마디 말씀마다 항상 공감이 되었다. 곁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 구어체의 문장이 울컥하게 만들었다.

무사히 잘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애들이 다 커도, 알아서 잘해도, 부모는 늘 서성이게 되네요ㅎㅎ
아고 제가 가슴이 시립니다. 아이 다녀간 빈자리..
그간 수민이 거두고 챙기시느라 고단 하셨을 텐데 푹 좀 쉬시고 어여 건강 회복하시길 빕니다.
두 분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인연이 되어서 참 감사합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었는데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아프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갈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생명싸개로 싸매어 달라던 목사님의 축복기도도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전날 피아노에서 저녁을 사주셨던 조 장로님의 특별한 조언은 정말 꿀팁과도 같았었단다. “미국의 학부 생들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 “고 하니 첫 번째 말씀이 “쫄지 마라! 당당하라!“ 였다. 76년에 미국에 첫발을 내 디셨었던 당신의 경험에 의한 한 말씀 한 말씀이 정말 좋았었다. ”미리 가서 모든 것을 준비해 주고 기다리고 있는 남편이 있고 박사 과정이어서 돈걱정도 없는데 이렇게 러키한 유학이 어디 있냐? “고 말씀해 주셔서 우리가 함께 막 웃었었다.
 
식사 중에 예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큰 아이가 “우연히 20대 초반에 두 분의 목사님이 예언기도를 해 주셨는데 두 분 다 이사야 50장 4절의 학자의 혀를 주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만 같다”고 고백해 주었다. 조 장로님께서는 ”가지고 가고 싶은 것들을 다 가지고 가라 배나 항공택배로 보내는 것보다 안전하고 가장 싸게 갈 수 있다“ 고 말씀을 해 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그렇게 했다. “좋은 친구와 스승 멘토를 만나게 해 달라”는 목사님의 절절한 기도에도 저절로 ”아멘~“이 나왔다. 온 교회와 목사님의 지속적인 기도를 늘 기대한다. 또 친한 분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베풀어 주신 은혜들을 어떻게 갚을 런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큰 언니의 소소한 미국에서의 경험들이 아마도 큰 기준이 될 것이다. 자기 나름의 삶을 위한 배를 떠나보냈으니 그 망망대해와 같은 앞길을 둘이서 잘 헤쳐나가길 감사함으로 기도 할 뿐 이제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남은 삼십 대를 그렇게 보낸다고 하니 공부에 헌신함 같이 하나님을 늘 의지하고 바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