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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키친

걸상 2023. 3. 21. 21:39

어제 시댁에 갔던 큰 아이가 열두 시 십분 전후로 강릉에 도착한다고 하여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음식점으로 유명한 썸머키친에 갔다. 차를 빼는 사람이 있어서 주차도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침 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서 대기하지 않아 감사했다. 양파 수프와 필레드 비프스테이크와 프렌치 버섯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른 음식점은 채소를 넣어 주면 구색과 색감을 맞추기 위해 넣는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이 집은 색감보다는 음식의 맛 지체를 위해 넣는다는 알 수 있는 정도로 그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었다. 표고버섯이 들어간 파스타에서 표고버섯의 그 특이하고 진하고 아름다운 향이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랐다. 장호 할머니께서 주신 자연산 건표고버섯을 먹었을 때의 향과 맛이 똑같았다. 너무 귀해 물에 불린 표고버섯을 가위로 동그랗게 최대한 길게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었었다. 표고를 불린 물도 너무 아까워 채수로 활용을 했었다. 사실 요즈음 마트에서 표고버섯을 사서 음식을 할 때마다 향이 제대로 나지 않아 늘 투덜거렸었다. 메뉴판에서 메뉴를 설명하면서 야생버섯이라고 적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양식을 먹을 때마다 너무 마른 음식들이라는 생각을 늘 하였었다. 그런데 양파 수프는 나의 그런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영혼을 울리는 것 같은 음식이었다. 살짝 바람이 있어 춥게 느껴지는 봄날씨였는데 따뜻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양파 쇠고깃국 같았고 동동 떠 있는 모차렐라 치즈도 흐물흐물 해져 떠먹기에 알맞은 빵도 정말 좋았다.

스테이크도 적당히 구워져서 맛있었는데 아삭거리는 파프리카도 작은 피감자도 다 자기만의 맛과 향, 질감이 다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느끼게 만들어 주어 감동이었다. 곁들여 내어 준 바게트빵을 찍어서 먹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스테이크와 허브향과 어우러진 감자퓨레도 같이 나왔는데 참 좋았다. 이곳은 감자요리를 정말 신경을 써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점에 갈때마다 매뉴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잘 모르면 그 집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고르면 실패하지 않는 것 같다.

크림 스파게티도 마지막 남은 소스까지 다 긁어먹었을 정도로 깊은 맛이 나서 먹는 내내 행복했다. 면도 넓은 면이어서 독특했다. 채소를 써는 것도 “정말 제대로 썰었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먹었던 모든 메뉴의 양도 적당해서 좋았다. 이번이 내게는 세 번째였는데 큰 아이는 최근에 엄마랑 함께 다니며 먹었던 음식들 중에 단연 최고의 음식이었단다. 메뉴마다 처음부터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맛을 내는 데 있어서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함이 느껴지는 음식점이었다. 양파수프나 스테이크는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 만들어 온 세월이 쌓여서 그런지 마치 잘 짜인 수학공식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화학조미료의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그런지 마치 나를 위해 우리 엄마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 주신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 썸머키친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히 짜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왜 좋은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서히 나를 설득시켜 인정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결국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오는 것 같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나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당당히 손을 내미는 것 같다. 맛이라는 것은 이렇게 내는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