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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걸상 2022. 8. 30. 10:25

처음엔 오른쪽 눈썹 위쪽 부분의 머리카락과 이마 경계선 머릿속이 찌릿 찌릿 아팠다. 마치 번개를 맞고 있는 것 같이 찌릉 찌릉 아픔의 파도가 밀려 오는 것 같았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금속성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머리카락 밑이 아팠다.

'머리를 감으면서 샴푸를 제대로 헹구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었다. 머릿속에 난 것이어서 대상 모양인지도 몰랐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에 있을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시간을 쪼개어 오전에 박피부과에 갔다. 머리 속을 보시더니 "또 다른 아픈 곳은 없냐?"고 물으셨다. "아랫입술에도 뭐가 났다"며 보여 드렸드니 헤르페스라고 하시더니 모두 오른쪽에만 난 것을 보니 대상포진이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대상 포진에 대한 유인물 두장을 주시고 밑줄을 그어가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다. 또 두꺼운 책을 펼치시면서 대상포진의 그림들을 보여 주셨다.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해 주셨다. 삼일만에 다시 피부과에 가서 귓속(외이)에 생긴 것도 대상포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귓속이 쨍하고 울리면서 아파왔다. 오른쪽 머리부분이 무언가를 세개 얻어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약을 지속적으로 먹었는데도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없었다. 왠지 더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원히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상포진은 완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밀려 왔다. 시간이 갈수록 구석 구석 더 아픈 곳이 튀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아랫입술의 헤르페스같은 경우는 약을 먹으면 잦아들 줄 았았는데 오히려 벙그렇게 꽃이 피듯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정점에서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주일날 예배시간에 찬양인도도 했었다. 약을 먹었으니 심하지 않게 그냥 넘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결국 충분히 앓고 지나가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도 그 정도면 쉽게 지나가는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해주었다. 항상 대상포진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었던 병이었는데 나 스스로 건강에 자만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은 내게 늘 "건강해주어 고맙다"고 말하곤 했었다.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치루고 나니 힘들었었나 보다. 아버지 장례와 큰 아이의 결혼과 집 내부 인테리어를 보름 사이에 와르륵 치루었으니 병날만도 했다. 딱 일주일 만에 대상포진이 다 나은 것 같아 평소처럼 금요일날 꽃꽂이도 하고 수업도 하고 음악회도 갔었고 식사 당번도 했었다. 그런데 월요일날 코로나진단을 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