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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상

걸상 2022. 3. 9. 21:40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만들어야 하니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생밤을 까는 것처럼 시간이 많이 드는 공정을 미리 해두었어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새벽시장에 어머니와 같이 가려고 전화를 했더니 삼촌과 함께 투표소에 계셨단다. 같이 만나 회를 사러 갔는데 “양손으로 두아들과 팔짱을 끼고 걸으니 구름위를 걷는 느낌이어 무엇을 샀는지 알지도 못했다”고 어머니는 내게 연신 자랑을 하셨다.

세가지 회를 사왔는데 야채와 함께 섞어 무쳐 내 놓으니 어머니께서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아기를 낳으신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였다. 연잎밥과 잡채와 회,쇠고기구이가 메인 메뉴였다. 미역국도 밥도 맛있다고 하여 큰 아이와 삼촌에게 연잎밥을 싸 주었다.

새벽에 6시에 일어나 출근했다가 조퇴를 하고 멀리까지 왔다 올라간 아이가 고마웠지만 긴 여정이 고달퍼 병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챙겨 놓았던 그릇과 양념들을 챙겨 가주어 고마웠다. 음식을 챙겨 주면 무겁다고 싫어했는데 무거워도 가져가 주어서다.

당신이 느끼기에 몇년 안에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다고 하니 감사하다. 식구들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버지가 남서방에게도 십전 대보탕을 해주라며 돈을 또 주셨다. 사위의 생일을 아시는 것처럼 말이다. 밥상을 채리느라 고달팠어도 내게도 함께한 가족들이 있어 숨은 보석과도 같이 반짝 거리는 즐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