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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밥

걸상 2022. 2. 15. 15:48
주일날 어머니께서 곤드레 나물과 고사리 나물을 볶기만 하면 되도록 다 씻어서 썰기까지 해서 가져다 주셨었다. 어젯밤에 불려 둔 찹쌀로 연잎밥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드니 첫사랑같이 비릿하게 올라 오는 연잎향이 얼마나 향긋한지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연잎의 끝부분이 말라 너덜 너덜해졌지만 잘 아무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냉동실에 넣어 둔 생밤과 강낭콩과 생팥, 호두를 넣어 주었다. 만들때 마다 “레씨피를 어디에 적어 두었는데…”하면서 늘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만들게 된다. 점심초대를 해 둔 터라 마음 얼마나 바쁜던지 기시감 들게 또 나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씻고 조리하고 장보러 가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살짝 물을 덜 넣어 준 것 같았다. 아직 남아 있는 연잎밥은 물을 더 넣어 데워 주어야 할 것 같다.

보름때가 되면 엄마가 만든 찰밥이 늘 그립다. 팥과 찹쌀만 넣어 소금과 설탕으로 간하여 두번 쪄내신다. 많이 만들어 놓고 “찰밥을 먹으러 오라”고 연락을 주면 얼른 가서 먹곤 했었다. 팥의 붉은색이 찰밥에 물들어 있고 누가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딱 떨어지는 맛이었다. 나는 설탕을 넣어 주지 않지만 엄마에게 찰밥을 두번 쪄 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찰밥을 두끼정도 먹으니 속이 꽉 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초대 받은 선생님이 자취를 하면서 집밥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면서 정말 좋아해 주었다. 삼척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먹는 초대 음식일 것 같았다. 멀리 외지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도 나같은 누군가에게 섬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였다. 싹싹하게 상차림을 도와주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남편이 “요즘 청년같지 않다”고 늘 칭찬했었다. 말씀 중에 마음이 뜨거웠던 은혜의 순간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부디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머물길 기도하며 기쁘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