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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걸상 2021. 11. 12. 00:00

친한 박선생님이 오늘 찾은 것이라며 청국장을 선물로 주고 갔다. 침을 맞기 위해 삼척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치는 조금, 양파를 잘게 썰고,무를 넣어 주라”는 깨알 팁도 알려 주었다. 마침 묵호에 계신 선생님께 정말 맛있는 가을 무를 얻어 왔었다. 멸치 육수를 내어 국물로 사용했고 쇠고기, 마늘, 풋고추, 붉은 생고추, 대파, 애호박과 가을 무, 두부, 고춧가루, 표고 버섯을 넣어 주었다. 작은 아이에게 맛을 봐 달라고 했더니 청국장의 양이 적단다. 청국장 한 뭉치를 더 넣어 주었더니 얼마나 잘 먹는지 요즈음 밥양을 정해 적게 먹곤 했는데 밥을 더 달라고 하였다. 나도 덕분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뿌듯함에 기분이 좋아져 정말 고마웠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지만 학교에 다닐땐 옷에 냄새가 스며들어 사양을 했던 메뉴였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으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진 것도 어쩜 다행이다’ 싶어진다. 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저녁모임을 끝나고 집에 온 남편이 “왜 추운데 이렇게 문을 열어 놓았냐?”고 투덜거려 청국장을 먹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역시 집밥이 제일 맛있다”며 당신도 먹고 싶단다. 뜻밖의 우리집 저녁 메뉴에 놀랐던 것 같다. 재료가 다 있으니 내일 또 만들어 주어야겠다. 아버지를 위해 멸치 육수를 매일 만들지만 나는 전략적으로 찌개나 국을 매끼니 마다 끓이지 않는 편이다. 짜기도 하고 지나치게 거하게 먹이고 싶지 않은 마음때문이다. 국물요리는 허리춤을 풀어 놓고 음식에 몰두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곰치국과 청국장 두가지를 다 만들었으니 가히 기록적인 날이라 남편이 놀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