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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걸상 2021. 7. 13. 23:23
친한 선생님이랑 장보기를 같이 할 때가 종종 있다.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사면 따라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못했다가 선생님이 닭을 사시면 나도 따라 사곤했다. 서로의 취향이 다르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설득이 되곤한다. 콩나물이 그렇다. 콩나물을 안사면 무언가 장을 덜 본 느낌이 든다고 하시며 선생님께서는 매번 콩나물과 두부를 사시는 편이다. 나도 따라 사다보니 콩나물이 없으면 반찬이 없는 것 같다는 의미를 알 것만 같다. 유학을 다녀 오신 큰 언니 말이 생각났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만들어 파시는 한인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옛날엔 한국인 가장 많이 먹은 식품이 콩나물 이었을 것 같다. 어릴적에 우리 부모님은 키가 큰다고 말해 주며 콩나물을 먹도록 늘 권하셨다. 식구들의 취향을 저격을 하여 반찬을 하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즈음은 나도 열심히 콩나물을 사오는 편이다. 오늘도 콩나물무침을 만들었는데 내가 “콩나물이 정말 맛있다.”고 하였더니 남편이 “된장찌개도 맛있다.”고 말해 주어 감사했다.

건조기에서 꺼내 준 빨래를 개주던 남편이 빨래 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속옷이 여덟개나 된다며 투덜거렸다. “그렇게 갈아 입은 나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초복 전후로 얼마나 더운지 밥을 하고 돌아서면 땀이 비오듯 하여 하루에 세번은 꼭 샤워를 해야만 했다.” 고 하니 인정한단다.

갈수록 어릴 적에 먹었던 것들이 좋아지니 참 신기하다. 처녀시절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오이무침, 고추전, 두부조림, 가지무침,애호박 새우젓 볶음, 감자채볶음, 멸치볶음과 같은 평범한 것들이 늘 그립다. 사실 이런 야채 반찬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참 많이 든다. 불 앞에서 서서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곤 한다. 남편은 올해가 되어서야 찰밥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보인다. 그동안 생신이면 늘 찰밥을 했는데 당신은 “그냥 매밥이 좋다.”고 늘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 번 어머니의 생신때 만들어 주었던 연잎밥을 정말 맛있어 하여 신기했다. 아마도 늙어 가고 있다는 증거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이 맛있어 하시던 것을 좋아 하게 된 것이 외모가 나이가 들수록 너무 닮아가는 것 만큼이나 신기하다. (사실 거울속에서 엄마 얼굴을 발견하곤 할때 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유전자 만큼 취향도 세대를 흐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