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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전복탕

걸상 2021. 5. 2. 23:40

장례식장에서 화장터로 오는 순간이 얼마나 슬프던지 장례를 돕는 언니네 교회식구 중 한 분이 구슬프게 “천국에서 다시보자”라는 찬양을 불러 주셨다. 엄마의 관이 리무진에 안착 될 때까지 작은 아이는 의젓하게 엄마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서 있었다. 화장이 첫 시각인 8시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고 말해 주었으나 예약 시간은 10시로 되어 있어 정말 속상했다. 사실 발인을 하고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재작년 12월 31일날 엄마가 계시던 요양원에 같이 가 주셨던 두 분 전도사님이 점심을 만들어 오셨다. 전복탕, 찰밥과 몇가지 봄 나물무침을 준비해 오셨다. 처음 맛 본 들깨 전복탕을 먹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를 애도함보다 나의 배고픔이 먼저라는 사실때문이기도 했지만 며칠 동안 음식조차 죽은 것만 같은 장례식장의 음식을 먹다가 살아 있는 음식을 처음 맛보는 것과 같은 순간이어서다. 사실 음식을 만드신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요리사로 와 달라”는 부탁을 했을 정도로 실력가라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남편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상중에 즐기게 되니 고인이 되신 장모님께 미안하더라”고 말하며 “당신 아버지때도 같은 심정으로 밥을 먹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부부란 각자 집안의 큰 일을 함께 겪으면서 동지임을 깨닫곤 하지만 순간 순간 서로를 향한 애잔한 연민을 나누며 살게 되는 것임을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작은 건새우가 예쁜 색깔을 내며 전복탕의 맛을 맛깔스럽게 살려 내는데 씹히는 질감이 황홀할 정도라 들어간 재료들을 살피며 음미하며 먹었다. 온통 의자 마다 소나무 꽃가루로 뒤범벅이 되어 있어 불편하게 앉아 먹었던 그 아침은 평생 잊지 못할 내 인생 한끼였다. 큰 언니가 “번거롭게 밥을 해오지 말라”고 부탁을 하였으나 일년에 칠십번 이상 교회안의 장례식을 도와 왔던 오랜 노하우와 깊은 애정의 마음으로 만들어 오신 음식이어서 더 각별했다. ‘딱 알맞는 순간을 잘 아시는 분들의 섬김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