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어 있던 어떤 물건에 대한 욕심이 드러날 때면 나 스스로 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당신 자신의 개인 소지품을 하나도 소유할 수 없는 상태로 살고 계신 엄마를 생각하게 된다. 두 발이 자유로우면 요양원에서는 실내를 걸어 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또 미미한 수준이지만 삶의 가장 최후의 순간에 가질 수 있는 한 두개의 소지품 정도는 소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일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내고 있는 요양병원에서 엄마가 사용 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당신의 침대뿐이다. 개인 소지품은 하나도 없다. 얼마전 동서와 통화하면서 수용소 생활을 하였던 한 작가의 이야기를 했었다. 그는 개인소지품을 소유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을 하였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의 소지품이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 지를 새삼 깨달았다. 엄마가 돋보기나 손거울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기에 존재함으로 갖는 작고 소소한 즐거움도 느낄 수 없는 엄마의 현실을 직면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고독한 엄마의 삶이 가진 진한 슬픔이 오롯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