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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다는 것

걸상 2021. 3. 25. 01:20

이동식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꽃병에 꽃을 꽂는 일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나
방의 분위기를 환히 살려 놓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듯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런 작은 일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아껴 주는 마음을 간직하는 거예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수학처럼 골치가 아프지도 않고
과학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가을날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는
아리따운 소녀의 감성 같은 거예요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그것이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나이가 들은 탓인지 아님 나의 상황이 너무 힘든 상태여서 그런지 확실히 친구들이 줄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나의 힘겨운 상황과 나이듦으로 인해 탄력성을 잃은 나 스스로 친구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그런 나에게 경종을 울려 준다.

또 나 스스로도 갱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실을 사실대로 충고 해주는 친구가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섭섭하게 느껴 질 때가 정말 많다. 부모 자식 관계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나의 실수와 부족함 그대로 나도 인정하는데 지속적으로 “너가 잘못했다”고 말해 스스로 삶을 버티어 나가는 것이 힘들어 그 말을 무시하고 외면했던 적이 있다. 때로 대남 비방방송을 하듯이 집에 손님으로 온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시곤 했었다.

나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힘도 없어 한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상태인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를 살피고 온전히 살 수 있게 돕는 것이 우선임에도 참지 않고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항상 먼저였다.

의식이 분열될 것만 같아 늘 불안한 상태인데도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그를 따라 다니며 내 귀에 대고 참소하는 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How to 보다 To be 가 더 시급 할 정도로 바닥을 헤메고 있는 상태인데 “네가 할 일”을 먼저 정해서 참지 않고 말하고 싶어 한다.

자식을 키우는 일, 친구를 얻는 것, 영혼을 세우는 일은 상대를 바라보며 스스로 일어나 서도록 한 없이 기다려 주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