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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걸상 2020. 12. 21. 21:00

아침부터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일어 날 수 가 없었다. 아버지의 아침식사를 차려야 해 억지로 일어 났다. 가슴 깊은 곳과 등의 뒤쪽까지 통과하면서 통증이 느껴지며 아팠다. 순간 심근경색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침대에 누워 천천히 마사지를 하면서 쉬었다. 이대로 죽을 수만 있다면 나이 들어 삶에 대한 애착으로 죽음을 힘들어 하기 보단 지금 나이 즈음에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며 죽음을 맞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커졌다.

큰 아이랑 통화를 하게 되어서 나의 상황을 이야기 하였더니 큰 아이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여서 알렸던 것 같다. 남편이 조퇴를 맞고 병원에 가자며 집에 와 주었다. 점심식사후에 의료원 3내과에 들어서니 내 증상을 듣더니 응급상황이니 응급실로 들어가서 절차를 밟아보자고 하였다. 심전도검사와 혈압을 체크하고 X-레이를 찍은 후 다행이 신체적인 이상은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태어나서 응급실에 들어 간 것은 지난 수요일이 처음이었다. 병원을 나와 우연히 고장로님과 권사님을 만나게 되어 말씀을 드리니  큰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를 하라고 권해 주셨다.

친정 식구들의 단체 카톡방에서는 유난히 컨디션이 좋은 날이라고 요양병원 간호과장님이 언니에게 보내준 엄마의 동영상을 보며 엄마의 쾌할하고 건강한 모습에 다들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팔개월 동안 아버지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몸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늘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부담스럽고 힘들게 여겨졌던 것들이 많았었는데도 늘 대범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많이 참고 감당하며 살아 온 그 모든 것들이 내게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증상을 큰 언니에게 말하니 언니도 지난 삼월에 나와 똑같은 증상이 있어 다양한 검사를 했었는데 결국 공황발작이라고 판정을 받았단다. 충격을 받으면 심장으로 가는 특이한 핏줄이 갑작스럽게 좁아지는 증세가 생긴 것이라고 하였다는데 나도 같은 증상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지만 온종일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각기 다른 무언가 다른 모습으로 아버지도 우리 작은 아이도 자신들에게는 나름대로 극대화된 상태와 가장 치명적으로 힘들었을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TV에서 보았던 인간의 욕구에 대해 설명이 생각났다. 사람의 존경 받고 싶은 욕구에 대한 이야기로 노숙인을 위해 무료 급식을 제공하면서 자칫 실수로 라도 무례를 행하면 노여워 한다고 한다.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것과 별개로 아버지는 존중 받고 싶은 열망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를 도우려 했던 작은 아이와 아이를 오해하셨던 아버지의 갈등을 지켜 보면서 내가 너무 놀랐던 것 같다.

크지 않았고 아주 살짝 경험한 정도 임이 틀림없지만 내 심장의 고통이 한번 터진 이상 없었던 것처럼 돌아 갈 수 없으니 잘 다스려야 하는데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쉬면서 집안 일에만 신경을 썼다. 물론 운전을 하여 미로에 가서 달걀도 사오고, 작은 아이를 병원에서 챙겨 오고, 같이 점심도 사 먹었고 달력도 주문했다. 저녁에는 카페에 가서 꽃과 화분들을 만지며 나 스스로를 달래어 주기도 했다. 이번 일로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이전에 살던대로가 아닌 이제는 전영역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맞는 것은 맞다”고 말하고 참지 말고 솔직함으로 무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