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병 꽃꽂이

걸상 2020. 11. 17. 18:29

하수회 회장님께서 내가 꽂아 둔 백합을 다시 꽂아 주셨다. 같은 높이로 두개의 백합을 입구가 좁고 허리가 긴 병에 병꽂이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하나를 뽑아 길이를 잘라 방향을 다르게 기대어 꽂아 주셨는데 정말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꽃의 얼굴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게 또 키 차이를 두어 라인이 살게하는 간단한 팁인데도 내겐 놀라운 한 수다. 사실 얼굴이 큰 꽃들이 꽃꽂이를 하기가 참 힘이 든다. 백합처럼 크고 긴꽃들도 마찬가지다. 존재감이 지나치게 큰 꽃들을 한 방향으로 꽂으면 너무 질리는 느낌이 들곤 하기때문이다. 작은 공간에 꽂으면 회중의 이목을 꽃에만 집중시키는 것 같아 늘 조심스럽다. 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간안에서 그 존재 자체의 비중이 장난이 아닌데 말이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신의 한 수를 알려주시는 홍회장님과 늘 통화를 하고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님이 내게 주신 큰 축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속에서 우러나온 감사로 마음이 녹아진 탓인지 다 잊었다고 생각한 올 한 동안 있었던 일들이 문득 문득 떠 올랐다. 긴장감으로 힘들게만 여겨졌던 일들이 묵묵히 지나 온 시간만큼 날 더 견고하게 붙잡아 줌을 깨달았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