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고 우리 집 앞에 있는 세탁소에서 연락이 왔다. “세탁된 옷을 가져다 주겠다”고 말이다. 밖에 나와 보니 얼마나 비가 많이 내리는지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맞아 쌀과 양파와 기름을 사와야지? 아버지의 약을 타려면 가족관계 증명서도 만들어 와 병원에 다녀 와야지?’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우산을 쓰고 차로 갔는데 너무 비가 많이 내려 비를 맞지 않고는 차에 들어 갈 수가 없을 정도다. 늘 늦여름, 특히 구월 초에 오는 태풍과 비가 무섭다. 지금처럼 하루 온종일 내린다면 루사때와 같은 속도의 비여서 태풍 피해가 우리 집까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재기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신기하게도 과일과 육류코너에 가서 평소보다 더 많이 챙겨와 계산을 하고 있었다. 홈플러스에 가서도 포도씨유와 야채들을 사왔다. 아마도 나는 오늘밤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