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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

걸상 2020. 6. 10. 22:40

비빔국수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스파게트면 중에서 가장 가는 “엔젤 헤어”를 삶았다. 초장이 없어 양념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침 어머니께 총각김치를 오늘 얻어 왔었다. 열무의 윗 부분을 쫑쫑 썰고 오렌지 하나를 즙내어 넣어 주고 집고추장과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쌀식초와 발사믹 글레이즈와 매실액과 소금, 진간장을 넣어 주었다. 어머니가 주신 문어도 곁들어 주었다. 아이가 국수를 만들어 달라고 할때 마다 단백질이 풍부한 것들을 곁들여 함께 주려고 늘 애쓰는 편이다. 탄수화물 덩어리만 주고 싶지 않아서다. 작은 아이 덕분에 우리도 맛을 볼 수 있었다.

얼마전 후다닥 거리며 일을 하느라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의 모서리에 옆구리를 부딪쳤다. 카페 부엌에서도 또 부딪쳐서 몸이 멍투성이다. 어제는 팔이 화끈거릴 정도로 화상을 입었는데 집에서 데인 것인지 수업에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겨우 차려먹고 정신 없이 잠을 잤다. 동생이 외국에서 들어 온 날이었는데 통화를 못해 미안했다. 갈수록 더위가 심해 질텐데 아버지와 작은 아이 덕분에 나의 요리를 향한 열정은 식혀지지 않을 것 같다. 식구가 많아 내 또래의 어느 누구보다 더 젊게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