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 한개에 삼천 오백원이었다. 농사가 잘 된 곳도 있다는데 얼마나 비싼지 금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홍시한개와 마늘 여덟개와 양파 한개와 대파 한대, 볶음 참깨와 고춧가루, 볶음 소금만 들어갔다. 무는 채를 치면서 곧바로 한살림 볶은 소금으로 조금씩 절여주었다. 무를 채친 후 방치하면 무속에 있는 디아스타제가 나오는데 그 맛이 쓰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설탕이나 식초를 넣어 주기도 하지만 나는 천연 단맛을 좋아하기때문에 소금으로만 간을 하였다. 양파를 감자칼로 슬라이스하여 넣어 주었더니 겉돌지 않고 양파의 감칠 맛도 무채에 착착 스며들어 감기는 느낌이었다. 홍시도 나무에서 직접 따서 사용하였더니 나무에서 완숙되어 익은 것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고춧가루도 올해 것이었다.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 둔 오이 피클을 꺼내어 씻어 준비하고 집고추장과 고춧가루,볶은 참깨,마늘을 넣어 무쳤다. 이맘때쯤 먹는 오이의 맛은 정말 감명 깊다. 집고추장의 깊은 맛이 아삭 아삭한 오이와 어우러져 시원하고 깔끔하다. 오이는 늘 여름을 그리워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