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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걸상 2019. 10. 25. 11:52

 

 

 

 

밤사이에 꽃이 피었고 묶거나 세우기 위한 아무 장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더 안전감있게 꽃들이 병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어릴적에 유원지에 가족이 놀러 갔었던 일이 생각났다. 더 편안하게 있고 싶어 한나절만 거할 곳인데도 사람들은 알뜰하게 가꾸었었다. 꽃들도 분명 꺽였기에 생명이 길지 않음을 알지만 나름 편안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늘 인상적이다.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 생각이 났다. 스스로 몸부림치며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기때문이다.

 

세번째 네번째 그림은 같은 꽃을 우리 선생님께서 다시 꽂아 주신 것이다. 나는 편해 보이게만 꽂았는데 선생님은 무언가 예술가적인 감흥이 넘치는 선을 찾아 내어 꽂으셨다. 불안해 보이는데 또 전체는 삼각형이어서 완벽한 안정감을 느끼게 만든다. 여러 번 만지신 것도 아니다. 찰나와 같은 순간의 짧은 터치를 하신 후 다른 일을 하시며 지나쳐 가시다가 또 한번의 터치가 끝이었다. 한 끝 차이 같은데 각이 살아 있어 훨씬 더 멋스럽고 아름답다.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같은 꽃 다른 느낌의 병꽂이를 볼 수 있어 참 행복했다.

 

남이 한 것은 약점이 더 잘보이는데 내가 한 것은 객관화 시키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 말을 더 아끼게 되는 것 같다.